미국 연구진이 죽은 지 한 시간이 지난 돼지의 장기들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사람의 장기이식을 위한 획기적 연구 결과라는 평가와 동시에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논쟁도 일어나고 있다.
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예일대 연구진이 죽은 돼지의 중요 장기들에 특수 용액을 주입해 되살렸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네나드 세스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영양분, 항염증제, 세포사 예방제, 신경차단제, 인공 헤모글로빈, 돼지의 피를 섞어 만든 오르간엑스(OrganEX)라는 특수 용액을 개발해 실험에 활용했다. 연구팀이 심장이 멈춘 지 한 시간이 지난 돼지의 혈관에 오르간엑스를 투여하자 심장이 다시 뛰고 간·신장·뇌 등 중요 기관의 세포가 다시 기능하기 시작했다. 사체가 뻣뻣해지는 현상도 없었다. 연구진은 똑같이 죽은 지 한 시간이 된 돼지에 기계를 이용해 혈액을 주입했지만 이 돼지는 몸이 뻣뻣해지며 등에 피가 차 부풀어 오를 뿐 장기가 다시 기능하지 않았다.
다만 연구진은 오르간엑스를 주입한 돼지 역시 의식은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간주했다. 용액에 포함된 신경차단제가 뇌 신경 활성화를 막았기 때문이다. 세스탄 교수 등은 “개별 뇌세포가 살아났음에도 뇌에서 전체적으로 조직적인 신경 활동의 징후는 없었다”고 밝혔다. 촬영을 위해 요오드 조영제를 주사하자 이 돼지가 머리를 홱 움직여 연구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연구진은 돼지의 머리가 움직인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도 뇌와는 무관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는 사람의 장기이식을 활성화하기 위해 진행됐다. 생명 유지 장치에 의지한 환자는 장치를 떼도 보통 2시간가량 생존하는데 이 시간 동안 심장이 약하게 뛰어 주요 장기가 손상된다. 이에 환자의 50~60%는 장기를 기증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돌파구가 생길 수도 있다. 예일대 측은 “사람에게 사용하기까지는 한참 남았다”고 밝혔지만 일단 해당 기술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되살린 장기가 제대로 기능하는지, 성공적으로 해당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본 후 손상된 심장이나 뇌를 복구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지도 실험할 예정이라고 세스탄 교수는 밝혔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생명과 죽음의 정의에 대한 논쟁도 일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뉴욕대 그로스먼의대의 브렌던 페어런트 이식윤리정책연구국장은 “이번 결과는 죽음에 대한 의학적·생물학적 정의에 수정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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