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사흘간의 장고에 들어갔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면은 유력하다. 협치의 메시지를 담을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막판까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 통합을 위한 사면이 또 다른 정쟁을 낳을 것을 우려해서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부터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광복절 특사 대상자를 정하기 위한 심사에 돌입했다. 사면심사위원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당연직 위원에는 이노공 법무부 차관과 신자용 검찰국장, 김선화 공판송무부장이 참여하고 비당연직 위촉직 위원으로는 5명이 이름을 올린다.
한 장관은 사면심사위에서 특사 대상자를 최종 선정해 사면권을 가진 윤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재가하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사면 대상자가 확정된다. 사면 발표는 광복절에 앞선 12일로 조율되고 있다.
이번 사면은 윤 대통령이 취임 후 행사하는 첫 사면이다. 정치권과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고유 권한인 사면권을 행사하며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번 사면에 ‘3고(고유가·고금리·고환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 살리기와 민생 회복을 위한 의지를 담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부각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의 실질적 총수인 이 부회장을 사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은 지난달 형기가 만료됐지만 취업 제한 규정(5년) 때문에 경영에 상당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 회장 역시 사면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동참할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재계에 경제 살리기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면 기업들은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화답할 수 있다.
문제는 여론과 각 진영 내에서 반발이 큰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에 대한 사면이다. 이 전 대통령은 국민적인 공감대가 크지 않고 특히 야당에서 반대하고 있다. 또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을 치르고 있는 김 전 지사 역시 보수층 내에서 사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협력 없이는 국정 운영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협치를 위해 행사한 사면권이 또 다른 진영 대결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를 대상에서 제외하며 정치인 사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번 사면에서 윤 대통령이 보여주는 사면의 원칙에 대해서도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정치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경제인 사면을 배제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 씨 등 경제인과 정치인 모두를 사면했다.
윤 대통령은 법무부에서 사면 명단이 추려지면 발표가 예정된 12일까지 최종 대상자를 확정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은 고도의 정치 행위”라며 “발표 직전까지 누구도 대상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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