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우가 내리면서 막대한 주민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대전과 충남 곳곳에서 전신주가 쓰러지고 나무가 뽑히는가 하면 주택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강원 횡성군에서는 산사태로 주택으로 향하는 진입로가 막혀 주민 7명이 고립됐으나 사고 발생 5시간 30분 만에 모두 구조됐다. 수도권에 이어 충청·강원 등에서 최대 300㎜ 이상의 물 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돼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수도권을 강타했던 비구름이 남하하면서 충청권에 시간당 30㎜가 넘는 비가 내려 비상이 걸렸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누적 강수량이 대전 166.5㎜, 충북 청주 140㎜, 충남 계룡 127㎜ 등 100㎜ 안팎으로 기록됐다. 대전과 충북 5개 시·군, 충남 13개 시·군, 세종에는 호우경보가 내려졌다.
호우로 인한 피해는 일파만파 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10명(서울 6명, 경기 3명, 강원 1명), 실종 6명(서울 3명, 경기 3명), 부상 19명(경기)으로 집계됐다. 이재민은 570가구 723명으로 늘었는데 대부분 서울과 경기에 집중됐다. 이날 오후 소방 당국은 8일 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맨홀에 빠져 실종됐던 40대 남성을 맨홀 안에서 발견하기도 했다.
공공시설 가운데 선로 침수는 11건(서울)이며 철도 피해는 6건(서울 3건, 경기 3건)이 있었다. 제방 유실 8건, 사면 유실 30건 등 피해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사유 시설 가운데 주택·상가 침수는 3716동으로 이 가운데 서울이 대부분인 3453건을 차지했다. 경기 126건, 인천 133건이며 강원은 4건이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대전에서는 침수 피해 신고가 폭증하고 있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유성구 전민동 등 3곳의 도로 맨홀이 수압을 못 이겨 열렸고 동구 비룡동 등 2곳에서는 도로에 나무가 쓰러졌다. 이날 오전 5시 39분께는 대전 대덕구 신탄진동에서 집 마당에 물이 50㎝ 넘게 차오르고 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돼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이 집 안에 고립돼 있던 2명을 대피시켰다. 대전소방본부는 이날 오전에만 침수 건물 9곳에서 물 30여 톤을 빼내고 다른 2곳에 대해서는 출입 통제 등 현장 안전 조치를 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108.7㎜의 일 강수량을 기록 중인 충북 단양군에서는 어상천면 심곡삼거리~방북삼거리 왕복 2차선 도로 2㎞ 구간의 차량 통행이 제한됐다. 단양군은 도로 옆을 흐르는 어곡천이 범람하면서 일부 구간이 침수되자 이날 오전 8시부터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따라 해당 구간을 지나던 차량은 10㎞가량을 우회했다.
산지가 많은 강원도에서는 산사태 피해가 잇따랐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4분께 횡성군 청일면 속실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 5채를 덮쳐 주민 7명이 고립됐다. 주택 안에 갇힌 7명은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로 소방 당국은 낙석과 토사를 제거해 주택 안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확보하는 등 구조 작업을 벌였다. 이날 오전 5시 49분께 홍천군 북방면 북방리에서도 산사태로 주택 1채가 일부 파손되고 3명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강원도재난안전대책본부 잠정 집계 결과 홍천 서석면 국도 56호선에 30톤의 토사가 유출되는 등 14건의 토사 유출과 도로 유실이 발생했는데 12건에 대해서는 복구를 완료했다.
농가의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10일 오후 1시 기준 전국에서 232㏊(헥타르·1㏊=1만 ㎡) 규모의 농작물이 침수됐다고 밝혔다. 이는 축구장의 325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육계 2만 300마리 등 가축 2만 553마리와 꿀벌 660군(꿀벌 한 개 집단 단위)도 폐사했다.
농작물의 경우 벼 침수 면적이 164㏊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채소(44.8㏊), 밭작물(10.6㏊), 인삼(9.6㏊) 순으로 뒤따랐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4개 지역에 대해 산사태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발령했다. 서울·인천·경기·강원 지역도 ‘경계’ 단계가 발령 중이며 나머지 시도는 ‘관심’ 단계다. 산림청 관계자는 “계속되는 집중호우로 산사태 위험이 크다”며 “산사태 위기 경보가 상향된 지역 주민들은 긴급 재난 문자나 마을 방송 등에 귀 기울여 주시고 유사시 안내에 따라 신속하게 대피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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