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질환과 응급 외상 환자를 책임지는 것이 우리 사회가 원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입니다. 고려대 구로병원의 강점인 중증 환자 진료 역량을 강화하는 데 더욱 힘쓸 겁니다."
정희진 고려대 구로병원장은 11일 서울경제와 만나 "이달부터 외래진료를 시작한 ‘미래관’은 고려대 구로병원이 지역사회를 넘어 국내 의료전달체계 최상위 병원의 롤모델로 거듭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최근 지하 6층, 지상 7층 규모의 미래관을 신축하고 안과,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등 외래진료가 많은 과들을 이전했다. 본관과 연결될 0층에는 통증센터와 영상의학과도 확장·이전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경증 환자가 많은 진료과들을 미래관으로 이전하고, 기존 본관과 신관에는 중증 질환 전문 치료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정 병원장은 "개원 40주년을 앞두고 미래의학을 이끌어 갈 마스터 플랜을 계획하던 중 단순한 공간 확충이 아닌 중증 질환 중심으로 병원의 시설과 시스템 전반을 재편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현재 신관 지하 1층·3층에 분리되어 있는 암병원은 신관 3층으로 통합 재배치하고 다학제진료실을 확대한다. 심혈관센터는 지금보다 2배 이상 공간을 넓히고 심혈관계중환자실을 신설해 중증 환자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초음파 등 관련 검사실도 통합 배치해 환자들이 일일이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기로 했다. 과거 신경과와 신경외과를 한 공간에 배치한 뇌신경센터를 업계 선도적으로 오픈하며 긍정적 치료 성과를 도출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아이디어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에는 분만 전용 수술실을 별도로 신설하고 신생아중환자실과 고위험산모 집중치료실, 격리실은 확충하기로 했다.
수익성과는 다소 멀어보이는 결정이다. 정 병원장은 이런 의문에 대해 "민간 병원이지만 공공의료에 대한 책무가 우선이지 않느냐"며 "2015년 뇌신경센터를 오픈한 이후 주변 의원에서 의뢰되는 환자가 크게 늘어난 것을 보며 중증 환자 치료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 병원의 중증 환자 비율은 60%가 넘는다. 같은 맥락에서 고려대 구로병원은 ‘누리관’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2026년께 누리관이 완공되면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중환자실이 확장되고, 각종 특성화센터 구축이 가능해진다. 궁극적으로는 중증 의료 인프라의 효과적 배치를 통해 중증 응급 외상 환자, 중증 급성기 환자의 치료를 담당하는 국내 최상위 의료기관으로서의 면모가 한층 확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 병원장은 "내년 초 미래관 준공과 본관 및 신관 재배치가 마무리되는 대로 누리관 착공에 나서기 위해 진료과 별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며 "미래관을 시작으로 고려대 구로병원의 전환점을 마련하고 중증질환 특화병원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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