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종영을 앞두고 위암을 희화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7일 방송분에서 극중 자폐 스펙트럼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가 위암 3기 판정을 받은 선배 변호사 정명석(강기영 분)에게 ‘위암 생존율’ 등을 언급하는 장면이 문제가 된 것이다.
수술장 앞에서 정명석을 만난 우영우는 “정명석 변호사가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만약 수술이 잘못돼 사망하게 되면 다시는 보지 못하니까요”라고 답했다. 정명석이 황당해하는 어머니를 향해 “위암 치료는 한국이 세계 1등이라고. 수술하면 살 확률이 70%가 넘는대”라며 상황을 무마하려 하자 반박도 이어졌다. 우영우가 "그건 위암을 조기에 발견한 환자들의 경우를 모두 포함했기 때문입니다. 정명석 변호사처럼 위암 3기인 경우에는 수술 후 5년 생존률이 30~40% 밖에는”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방송을 탄 것이다. 이를 두고 온라인 상에서는 "암 환자 가족인데 드라마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 “위암을 드라마의 개그 요소로 활용했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에 이어 위암 3기의 낮은 생존율 등이 불필요하게 언급됐다는 지적이다.
◇ 지난해 16만 명, 위암 진료받아…4년새 2·5% 늘어
실제 위암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어 정기 검진을 받지 않으면 진단이 쉽지 않다. 비록 폐암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여전히 한해 진료인원이 16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 남성 위암 환자가 여성 환자의 2배에 달하고, 60대 이상의 비율이 70%를 넘어 고령층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7∼2021년 위암의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위암 진료인원은 15만 9975명으로 2017년 15만6128명보다 2.5%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을 환산하면 0.6%다. 15만9975명의 환자 가운데 남성이 10만 7183명으로 여성(5만 2792명)보다 2.03배 많았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6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35.8%로 가장 높고, 70대가 29%, 50대가 17.8%를 차지했다. 여성 위암 환자들 중에서는 60대가 28.7%, 70대 24.9%, 50대 18.9%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과 관계없이 60~70대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 남성·고령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음주·흡연도 영향
최서희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외과 교수는 남성 위암 환자가 많은 원인으로 "위암의 중요 위험요인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률이 남성에서 높게 나타나기 때문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그 밖에 주요 위험요인인 잦은 음주, 흡연도 위암 발생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구 10만명당 위암 진료인원을 살펴봐도 고령층과 남성 우세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위암 진료인원은 311명으로 2017년 306명보다 1.6% 증가했다. 특히 70대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위암 진료인원이 1266명에 달해 가장 많았다. 남성은 70대 위암 환자가 인구 10만 명당 1951명으로 가장 많고, 80세 이상 1856명, 60대 1128명 순이었다. 여성도 70대가 691명으로 가장 많고, 80세 이상 644명, 60대 422명 순으로 조사됐다.
덩달아 진료비 부담도 늘었다. 위암 환자의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2017년 5197억원에서 2021년 6206억원으로 2017년 대비 19.4%(1009억원) 증가했다. 연평균 4.5% 증가한 것이다. 진료인원 1인당 진료비의 경우 2017년 332만 9000원에서 2021년 388만원으로 5년간 16.6% 늘어났다.
◇전조증상 없어 40대부터 정기검진 필수…식습관 관리로 예방해야
전문가들은 위암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고 다른 소화기질환과 감별이 어려우므로 평소 예방과 조기 진단에 힘써야 한다고 권고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만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년마다위내시경검사 등의 검진을 제공하고 있다.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과 같은 소견이 있는 고위험군은 정기 건강검진이 필수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되어 있다면 제균치료를 받는 것도 위암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최서희 교수는 위암은 여러 요인이 복합 작용해 발생한다면서도 "헬리코박터 균이 있으면 발생률이 2~6배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위암 전구병변이 있거나 염장식품이나 가공식품의 섭취, 음주, 흡연 등 좋지 않은 식습관과 생활습관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조기 위암의 경우 대부분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 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구토, 토혈, 복통, 혈변, 체중감소, 빈혈, 복부 팽만 증상이 나타나면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라고 덧붙였다.
위암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더욱 위험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위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평균 29개월 뒤 4기 위암으로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사망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병기에 따라 다르다. 또한 증식 속도를 결정하는 변수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평균 기간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최 교수는 "위암으로 진단되면 미루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