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이준석 소용돌이’에 빠졌다. 이준석 전 대표가 윤핵관들과 선명한 대립구도를 만들고 차기 당권 주자들도 ‘이준석 때리기’에 열을 올리면서 온라인 상의 존재감은 윤석열 대통령을 뛰어넘었다.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며 ‘이준석 지우기’에 나섰지만 여론의 관심은 되레 이 전 대표에게 쏠리는 모습이다.
18일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5월 10~8월 17일, 100일 간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검색량 추이를 비교한 이 전 대표의 평균 검색량 지수는 10.5를 기록해 윤 대통령(검색량 지수 10.0)을 압도했다. 특히 ‘새 정부 출범 100일 기자회견’으로 대대적인 언론의 조명이 쏟아졌던 17일에도 윤 대통령의 검색량은 8.8, 이 전 대표(26.2)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17일 이 전 대표는 법원 심리에 출석해 가처분 인용 총력전을 펼쳤다. 네이버 데이터랩은 특정 기간의 최대 검색량을 100으로 잡고 기간 내 상대적인 검색량 흐름을 보여준다.
포털 ‘다음’의 검색량 추이를 보여주는 ‘카카오 데이터트렌드’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관찰됐다. 해당 기간 이 전 대표와 윤 대통령의 평균 검색량은 각각 11, 8을 기록했다. 윤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중·장년층에서도 윤 대통령보다 이 전 대표에 대한 관심이 우세했다. 60대 이상의 평균 검색량은 윤 대통령 18, 이 전 대표 27이었다.
이 전 대표는 13일 기자회견 이후 윤 대통령 및 친윤계 인사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며 스포트라이트를 자청하고 있다. 당 내 설 자리를 잃은 이 대표는 ‘반윤 선두주자’ 정체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듯 윤핵관들을 향해 연일 독한 말을 내뱉고 있다. 이날에도 “(윤 대통령에게) 국민도 속도 저도 속은 것 같다”, “윤핵관들 이런 사람들은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한 건지, 지령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정치 공작설에 가까운 행동들을 하고 있었다”고 쏘아붙였다.
차기 당권 주자들의 ‘이준석 때리기’도 주목도를 높이는 데 한 몫 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이 전 대표가 하는 모습은 본인에게도 자해 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안철수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띄운 ‘혁신위원회 해체’를 주장하며 이 전 대표에 대한 관심을 부추겼다.
화려한 언변과 여론전과 언론에 능한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 대한 주목도를 의도적으로 분산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3일 36일 만에 공개 석상에 나선 배경을 두고 “집중호우를 피한 것”라고 설명했지만, 15일과 17일은 각각 ‘윤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다. 15일에는 윤 대통령의 축사를 2시간 가량 앞두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높은 수위의 공세를 펼치면서 윤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묻히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최근 차기 당대표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가 선두권에 오르고 윤핵관들에 대한 민심이 곱지 못한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전당대회에 이 전 대표가 직접 출사표를 던지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반윤 민심을 업은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이 전 대표가 무리한 여론전을 펼친다는 비판에 직면하며 주목 또한 시들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장예찬 청년재단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동력 상실의 주된 요인으로 이 전 대표를 지목하며 청년 당원 모두가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 전 대표의 복귀 가능성이 살아있어 언론의 관심을 받고 당내 옹호 세력도 있는 것”이라며 법적 공방 종료와 함께 여론적 관심도 해소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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