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으로 18일 지명된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취임 후 숨 돌릴 틈 없이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시행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검찰 수사권 강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 주요 현안 수사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물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증명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전임 검찰총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7기수나 낮은 파격 인사인 만큼 자칫 어수선해질 수 있는 조직 내부와 기강을 다잡아야 하는 과제도 주어졌다.
이 후보자는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이날 오후 서울시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일에 비결이나 지름길은 있을 수 없기에 앞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더욱 겸손하게 경청하고 검찰 구성원 모두의 힘을 합쳐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힘을 쏟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겸하고 있는 검찰총장 직무대리 역할과 후보자의 일 두 가지를 동시에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남은 국회 인사청문 절차도 성실히 임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다음 달 중순 취임하면 새 업무에 적응할 새 없이 산적한 과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우선 9월 10일 시행되는 검수완박법에 맞서 검찰의 수사권을 지킬 수 있도록 돌파구를 찾는 일이 시급하다. 법무부가 대통령 시행령을 통해 부패·경제범죄의 개념을 확대하고 ‘중요 범죄’를 재정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시행령 쿠데타’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검수완박법 재개정 등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는 검수완박에 따라 검사의 수사 개시가 가능한 ‘부패·경제범죄 등’의 범위에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일부를 포섭해 사실상 6대 범죄 전체를 수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이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검수완박을 두고 법무부와 민주당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검찰에 유리하게 여론을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사 성과’가 핵심이다. 특히 다수의 일선 검찰청에서 수사 중인 전 정권 대상 수사에서 유의미한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조작·탈북 어민 강제 북송·여성가족부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서울동부지검은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대전지검은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을 각각 수사하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사건 하나하나가 문재인 정부 시절 거물급 인사들이 연루된 대형 사건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중앙지검과 수원지검은 민주당의 당 대표로 유력한 이재명 의원이 연루된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을 각각 수사 중이다. 다만 취임 초부터 여권을 향한 수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경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정무적인 대응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검찰의 중립성은 검찰의 국민에 대한 신뢰라고 하는 가장 밑바탕이고 뿌리가 된다고 할 수 있다”며 “검찰 구성원 누구나 중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수장의 기수가 대폭 낮아지면서 전임 20기에서 27기로 대폭 낮아지면서 관례대로 선배 기수들이 용퇴할지도 관심사다. 문무일(18기) 체제에서 윤석열(23기)로 바뀌었을 때도 옷 벗은 고위급이 두 자릿수에 달할 정도로 논란이 거셌는데 기수 격차가 더 벌어진 만큼 파장도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 취임 당시와 비교해 검찰 내 기수 문화가 다소 희석됐다고 하지만 ‘퇴진 압박’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검사장 이상 고위 간부 중 이 후보자의 선배 기수(23~26기)는 15명이고 동기는 4명이다. 공석이 된 대검 차장 자리에는 27~28기에서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보다 후배이면서 기수 역전을 최소화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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