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19일 하루에만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전일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고 불과 하루 만이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경제성 조작 의혹,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 등 기존 수사와 관련된 압수수색이지만 시점도 시점이고 전임 대통령의 기록물이 보관돼 있는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압수수색은 총장 직무 대리인 이 후보자의 재가를 거쳤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와 대전지검 형사4부(김태훈 부장검사)는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 각각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기록관리과 사무실 등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1월 동료 선원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 어민 2명을 북한에 강제로 돌려보낸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 대북 라인·국가정보원 등 고위급인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이 관련 혐의로 국정원 및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의 수사 초점은 북송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가 어떤 의사결정과 지시를 내렸는지에 맞춰져 있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청와대 대책회의에서 어민들이 탑승한 탈북 선박이 나포된 지 이틀 만에 북송 방침이 결정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어민들이 나포되기 하루 전 청와대가 대통령 순방 전에 조사·보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국정원에 ‘중대 범죄 탈북자 추방 사례’를 문의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어민들에 대한 정부합동조사와 상관없이 ‘윗선’에서 이미 북송 방침을 세운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국정원·국방부·통일부 등의 컨트롤타워이자 북송 결정을 내렸던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련 기록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검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과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 확보에 나섰다. 청와대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어떤 위법한 지시를 내렸는지가 핵심이다. 수사팀은 문재인 정부 당시부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사건을 수사해왔지만 김오수 체제의 대검찰청이 수사심의위를 소집해 불기소 및 수사 중단을 권고하는 등 진상규명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현재 검찰은 당시 결정권자인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을 추가 기소하기로 가닥을 잡은 한편 ‘윗선’으로 수사 대상을 확대할지 검토하고 있다. 관련 사건으로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임종석 전 비서실장, 김수현 전 사회수석, 문미옥 전 과학기술보좌관, 박원주 전 경제수석 등이 고발돼 있다.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통상 압수수색과는 달리 지방법원이 아닌 관할 고등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깐깐한 절차를 거치는 만큼 이전 정부까지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단 일곱 번에 불과했다. 역대 압수수색 5건 중 1건이 이날 이뤄진 셈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통상적으로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윗선’으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고등법원장이 엄격한 요건으로 영장을 살피는데 발부됐다는 것은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이 후보자의 보고·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행한 이유는 범죄 혐의점을 찾아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자가 총장 직무대리를 수행하면서 인사청문 절차를 수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전 정권을 향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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