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선열이 비분강개할 일입니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광복회의 추가 비리 의혹이 또 드러났다. 국가 보조금 및 민간 기부금으로 채운 예산을 위법하게 쓰거나 대가를 미끼로 영세 업체로부터 기부금을 받아내는 등 비리 혐의가 나타났다.
국가보훈처는 6월 27일부터 7월 29일까지 감사 인원 8명을 투입해 광복회에 대한 특정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혐의를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혐의는 독립운동가 만화 출판 사업 인쇄비 과다 견적(5억 원), 대가성 기부금 수수(1억 원), 유공자를 위한 기부금 등을 목적 외로 사용(1억 3000만 원), 수목원 카페 공사비 과다 계상(9800만 원), 법인카드 유용(2100만 원) 등이다.
◇이권 미끼로 기부금 받고 비용 9배 뻥튀기=감사 결과 위법성이 적시된 혐의 중 하나는 대가성 기부금 수수였다. 자본금 5000만 원의 영세 업체 L사에 40~50개 업체 및 공공기관에 대한 마스크 납품 등의 사업을 소개해주겠다고 접근한 뒤 해당 업체로부터 1억 원을 송금받았다. 이후 L사는 마스크 납품 등의 계약이 성사되지 않자 보훈처 담당자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보훈처는 “기부금 모집 경위 및 동기, 급부 내용, 분쟁 경과 등을 고려하면 기부 업체 L이 광복회에 제공한 1억 원은 대가성이 있는 위법한 기부금”이라고 지적했다.
수목원 카페 공사비를 실제 소요액보다 9배 이상 부풀린 사안도 적발됐다. 광복회는 2020년 10월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 내 ‘수목원 카페’ 인테리어 공사를 J사에 의뢰했다. 불과 13.27㎡ 규모(공부상 면적은 4평)의 공사에 무려 1억 1000만 원을 대금으로 지급했다. 보훈처는 “적정 공사비는 1200만 원(실평수 3평×400만 원)으로 평가된다”며 “광복회 수익 사업 담당자인 E와 지시 감독 책임자 김원웅 전 광복회장이 카페 면적에 대한 공사 내역을 부풀리고 카페 면적과 무관한 부분까지 불필요한 공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훈처는 이 밖에도 광복회가 만화 인쇄비를 90% 이상 부풀려 광복회에 5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히고 계약 업체에 5억 원 상당의 이익을 제공한 의혹도 공개했다.
◇고삐 풀린 지출·채용=광복회는 2021년 8월 한 금융회사로부터 8억 원을 기부받았다. 기부금 목적은 ‘독립유공자 및 유가족 대상 김치 나눔’이었다. 그런데 광복회는 해당 기부금 중 1억 3000만 원을 목적과 달리 광복회 운영비로 집행했다. 기부금품법 제12조는 모집 목적 외의 용도로 기부금이 사용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의 법인카드 유용 혐의도 드러났다. 그는 2019년 6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총 1795건에 걸쳐 법인카드로 총 7900만여 원을 결제했다. 그중 410건(2100만 원)은 광복회 업무와 무관하게 회장 개인의 반찬 값이나 가발 미용비, 목욕비, 약값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훈처는 설명했다. 특히 김 전 회장 자신이 운영하는 강원 인제군의 ○○약초학교 직원 및 공사 인부 식대, 회장 개인용 반찬, 떡볶이, 슈퍼마켓 결제에 총 1600만여 원(281건)이 사용됐다.
불공정 채용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전 회장의 재임 시기(2019년 6월 1일~2022년 2월 16일)에 정원의 60%에 달하는 15명이 직원으로 채용됐다. 그중 7명은 공고·면접 등 어떠한 전형 절차도 없이 김 전 회장 등의 지시로 채용됐다. 해당 7명 중 4명은 김 전 회장의 지인이었다. 지인 4명 중 2명은 열린우리당 출신(남양주시의원 출신 이 모 씨, 전직 보좌관 강 모 씨 )이었다. 7명에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민주당 대선 후보 측 정무특보였던 이 모 씨의 추천으로 채용된 임 모 씨도 포함됐다.
◇혐의자 5명 고발=보훈처는 이번에 밝혀진 비리 의혹들과 관련해 형법상 비위 혐의자 5명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감사 자료를 이첩할 예정이다. 단체 운영상 부적절한 사항에 대해서도 기관 경고와 제도 개선 요구 등의 행정처분과 지도 조치를 하기로 했다. 다만 불공정 채용 사안에 대해 형사법적인 위법성은 단정하기 어려워 일단 고발 대상 사실에서는 제외하기로 했다고 보훈처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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