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한 지구대 소속 순경 서 모(30) 씨는 올해 4월 “택시 승객이 인사불성”이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취객 장 모(30) 씨에게 폭행을 당했다. 장 씨는 서 순경이 “귀가하라”고 말하자 “나를 무시하냐”며 수 차례 욕설했다. 심지어 서 순경의 근무복 조끼를 잡아 흔들었다. 장 씨는 서 순경과 함께 있던 경감 서 모(56) 씨에게도 “모가지 잘라버린다”, “너 같이 머리 벗겨진 게 무슨 경찰이냐”며 폭언을 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 파출소 소속 경장 문 모(28) 씨도 최근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현장에서 체포된 이 모(50) 씨에게 “유치장에서 피어싱 등 위험한 물건을 따로 보관하고 있다”고 안내했다가 왼쪽 얼굴과 허벅지 등을 얻어맞았다.
현장 출동한 경찰관 등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사례가 늘고 있지만 처벌수위가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원할한 공무집행을 위해서라도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발생한 공무집행방해 사건은 9336건에 달했다. 공무원이 협박, 폭행을 당하는 일이 매달 약 800건씩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사건이 매년 1만 건 넘게 일어났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의 주요 타깃이다.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과정에서 시민이 난동을 피우거나 협박, 욕설, 폭행 등을 가한 사례가 많았다. 유치장에서 주의사항을 안내하는 경찰의 뺨을 때리거나, 교통 단속 중 불리한 상황에 놓이면 들이받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 대상 공무집행방해 범죄는 별도로 산출할 수 없지만 공무집행방해 사건의 대부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찰에 대한 폭행이 대부분 벌금형 혹은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점이다. 서울경제가 올해 7월 전국 법원에서 나온 공무집행방해 사건 판결문 122건을 분석한 결과 벌금형, 집행유예가 각각 42건, 72건을 차지했다. 징역형은 7건에 불과했다. 대부분 초범인 점, 범행 정도가 경미한 점 등이 유리한 양형 조건으로 참작됐다.
A씨는 올해 2월 왕복 10차로 도로를 무단횡단하다가 제지당하자 경찰관 2명의 복부, 허벅지 등을 수차례 걷어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법원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A씨는 2월에도 경찰관 한 명의 어깨와 복부 등을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았지만 법원은 A씨가 공황 장애를 앓고 있던 점, 초범인 점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한 집중단속을 추진하고 있고 작년에는 유관부서 공동으로 TF 운영하기도 했다”며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면 무관용 원칙에 따라 구속 수사하는 등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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