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가 연일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 중국과 일본이 한국과는 상반되는 통화정책으로 우리 경제에 또 다른 부담을 안겨 주고 있다. 외화 유출과 고물가를 이유로 금리를 올리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고 일본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며 위안화와 엔화 가치 하락을 용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엔 환율이 하락(엔화 대비 원화 가치 상승)해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는 등 우리에게 달갑지 않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중국 인민은행이 1년과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각각 인하하면서 위안달러 환율은 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6.8269위안까지 올라 2년래 최고치(위안화 가치 하락)를 기록했다. 환율은 역외 시장에서도 6.8434위안까지 상승해 2020년 9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계속 돈을 풀 것으로 보이는 반면 미국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긴축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돼 위안·달러 환율은 앞으로도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RBC캐피탈은 “인민은행이 환율 상한선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내년 1분기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엔·달러 환율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최근의 물가 상승이 에너지 등 공급 측면의 요인에 의한 것이고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크지 않다며 초저금리 국채 매입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달러당 139.39엔까지 올랐던(엔화 약세) 엔·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할 것이라는 관측에 이달 초 130엔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26일(현지 시간)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 속에 2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137엔대로 급등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앞두고 환율이 연고점인 139.39엔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자체 경제 규모가 커 미국과 반대 방향의 통화정책을 펼 수 있는 중국·일본과 달리 한국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어 불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BOJ의 통화 완화로 엔화 가치가 원화보다 가파르게 하락하면 수출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합하는 한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원·엔 환율은 올 6월 100엔당 938원 86전까지 하락했다가 이달 2일 996원 30전까지 반등했지만 다시 970원대까지 하락(엔화 대비 원화 강세)했다. 위안화 약세도 문제다. 중국에 대한 높은 경제 의존도 때문에 원화가 위안화와 동조화를 보이는 만큼 위안화 가치 하락은 원화 약세를 부채질해 외화 자금 유출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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