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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찍었던 '강남4구'마저…3개월새 5억 빠졌다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전용 84㎡

19억 8000만→14억 8000만 원

잠실·흑석서도 4억~5억 원 '뚝뚝'

거래 절벽 속 '급급매' 위주 거래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전경. 이덕연 기자




‘강남 4구’로 꼽히는 강동구 내 고덕지구의 ‘대장주’ 단지인 ‘고덕아르테온’ 전용 84㎡ 실거래가가 최고가와 비교해 최근 5억 원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송파구 잠실동 및 동작구 흑석동 등 서울 주요 입지에서 최근 1년 동안의 최고가와 비교해 약 4억~5억 원 가격이 하락한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고점 인식에 금리 불확실성이 맞물려 매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일부 급매물을 위주로 하락 거래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정부 도입된 강력한 대출 규제는 지속되고 있어 한동안 시세보다 수 억 원 호가가 낮은 급매물을 중심으로 한 실거래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고덕아르테온 전용 84㎡ 19억 8000만→14억 8000만 원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전용 84.97㎡는 지난달 18일 14억 8000만 원(18층)에 중개거래됐다. 같은 34평형인 84.93㎡가 4월 19억 8000만 원(11층)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불과 3개월 사이 실거래가가 5억 원 하락했다. 최고가 거래가 나온 동은 단지 인근 명일근린공원에 바로 맞닿아 있어 녹지 시설을 지근거리에서 이용하는 소위 ‘숲세권’ 생활을 누릴 수 있지만 평면 구조가 수요가 많은 판상형이 아니다. 최저가 거래가 나온 주택형의 경우 판상형 평면 구조를 가지고 있어 두 주택형 간 시세는 비슷하다는 것이 인근 공인 업계의 설명이다.

단지가 있는 강동구 고덕지구는 고덕아르테온(4066가구·2020년 입주)을 비롯해 △고덕그라시움(4932가구·2019년) △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2019년) △고덕자이(1824가구·2021년)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1859가구·2019년) 등 신축 대단지가 운집해 있고 서울 지하철 5호선이 관통해 생활 여건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 일대 신축 단지 84㎡ 호가는 높게는 20억 원 선에 형성돼 있다. 실제로 고덕그라시움은 지난해 10월 20억 원에 손바뀜되기도 했다.

이번 하락 거래는 지인 간 거래 등 ‘특수 거래’가 아닌 정상 거래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사정에 정통한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일시적 2주택자가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급급매’로 매물을 내놓으면서 가격이 크게 하락한 건”이라며 “가격을 소폭 낮추는 것으로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시세와 비교해 5억 원 가량 호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일시적 2주택은 1주택자가 거주지 이전을 위해 주택을 매입해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되는 경우 등을 칭하는 개념으로 일정 기한 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할 시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중과세율를 적용받지 않는다. 기한을 넘기면 다주택자로 분류되게 되는 만큼 처분 기한이 임박한 매도자는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잠실·흑석 등 핵심 입지에서도 4~5억 원 하락 거래 속출


서울 송파구 잠실동이나 동작구 흑석동 등 강남권 또는 ‘준강남권’으로 평가받는 지역에서도 최고가 대비 가격이 4억~5억 원 가량 떨어진 거래는 다수 포착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84.8㎡는 지난해 10월만 해도 27억 원(14층)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18일 22억 5000만 원(7층)에 매매 계약이 체결되며 약 9개월 사이 가격이 4억 5000만 원 하락했다. 올해 4월 26억 5000만 원(17층)에 손바뀜된 잠실동 ‘리센츠’ 84.99㎡는 한 달 뒤인 5월 22억 5000만 원(29층)에 거래됐다. 동작구 흑석동에서는 ‘아크로리버하임’ 84㎡ 가격이 올 2월 25억 4000만 원(5층)에서 19억 8000만 원(1층)으로 떨어졌다. 이들은 모두 공인중개사 주관 하에 이뤄진 중개거래다.

잠실엘스의 경우 최고가 거래와 최저가 거래가 모두 한강이 보이는 같은 동에서 나왔다. 층수나 인테리어 상태 등의 차이는 있으나 인근 공인 업계에서는 최근 하락폭이 여전히 크다고 평가한다. 단지 사정에 정통한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최저가로 거래된 물건은 한강뷰가 나오는 동임에도 급매로 나왔다”며 “일시적 2주택자가 신규 주택을 매입할 때 대부업체에서 과도하게 대출을 일으켜 대출 상환 부담에 집을 급하게 내놓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수요 위축에 ‘급급매’만 간간이 거래되는 현상 이어질 듯


서울 주요 입지에서 하락 거래가 속출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수요 위축으로 인한 극심한 ‘거래 절벽’ 현상이 꼽힌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이날 집계 기준 613건으로 역대 최저 기록 경신이 확실시된다. 서울에 25개 자치구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 개 자치구당 25건 꼴로 거래가 이뤄졌다. 서울 각지의 공인중개사는 “수 억 원 호가를 낮춘 매물이 아니면 집조차 보지 않겠다는 매수자가 부지기수”라고 입을 모은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급 부족이라는 수급 문제를 금리 인상이 덮어버린 상황”이라며 “수요가 극도로 위축되며 거래가 말라붙고 급매물이 아니면 거래가 안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 뒤 주택 가격에 대한 전망을 수치화한 주택가격전망지수는 76을 기록해 한 달 전에 비해 6포인트 하락했으며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은 앞으로 주택 가격이 내릴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더 많아진다는 의미를 갖는다. 전 정부 집권기 생긴 각종 대출 규제가 시장을 옥죄는 상황에서 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에 더해 매수자들은 “집값이 오를대로 올랐다”는 고점 인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박 교수는 “매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강력한 대출규제가 유지되며 시중 유동성이 주택 시장으로 가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며 “일부 금매물을 위주로 나타나는 실거래가 하락 현상과 전반적인 집값 약보합세 현상은 서울 핵심 입지에서도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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