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초대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 4명에 포함됐던 여환섭(24기) 법무연수원장과 이두봉(25기) 대전고검장이 나란히 사표를 냈다. 후배 검사인 이원석(27기) 대검 차장검사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자 같은 날 용퇴를 결정했다. 사상 초유의 ‘기수 파괴’ 인사로 검찰 고위급의 줄사표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여 원장과 이 고검장은 전날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이 차장을 후보자로 지명한 지 나흘 만에 첫 번째·두 번째 용퇴 결정이 나왔다. 사법연수원 기수,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검찰에는 후배 기수가 총장에 오를 경우 지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선배·동기들이 검찰을 떠나는 관례가 남아 있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두 사람을 포함해 검사장급 이상 중 이 후보자의 선배·동기 기수가 19명에 이르는 만큼 추가 사퇴 표명이 나올 수 있다.
앞서 문무일(18기) 체제에서 윤석열(23기) 체제로 바뀌었을 때도 옷 벗은 고위급이 두 자릿수에 달했다. 이 후보자는 전임인 김오수(20기) 전 검찰총장보다 7기수나 낮아 격차가 더 벌어진 만큼 파장이 더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칫 검찰청의 지휘부 공백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후보자가 후보자 지명 뒤 선배·동기들에게 직접 연락을 돌려 “조직의 안정을 위해 힘을 합쳐 달라”며 용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기수가 낮거나 같은 기수 총장이 취임했다고 모든 검사들이 검찰을 떠나지는 않는다. 현재 검찰에 재직 중인 13~27기 검사는 100명을 훌쩍 넘는다.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이들은 보통 비수사 부서인 고검이나 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에서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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