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포화지방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지중해식 식단이 비만을 억제할 뿐 아니라 유방암 발병률을 낮추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와 차움 조아라 교수 연구팀은 1~3기 유방암 환자 7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게만 8주간 지중해식 식단을 섭취하도록 한 뒤 비교한 결과 이 같은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지중해식 식단은 채소, 과일 등 식물성 식품과 해산물, 닭고기 등 저지방 육류를 곁들인 식사다. 고지방?고당분?가공식품 등을 제한하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다수 연구를 통해 체중감량을 비롯한 여러 건강상 혜택을 나타낸다고 알려져 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8주 동안 지중해식 식단을 유지한 유방암 환자 35명은 체질량지수(BMI)가 1.3kg/㎡, 체중이 3.1kg 줄었다. 이 기간 단백질 섭취량은 평균 2.7%, 체내 나쁜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단일불포화지방 섭취량은 7.6% 증가했다.
반면 일반 식단을 실시한 유방암 환자 36명은 BMI와 체중 모두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특히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포화지방 섭취량이 3.1% 늘고, 단백질 섭취량은 오히려 1.4%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두 군간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한 원인을 MC4R 유전자 변이에서 찾았다. 대표적인 비만 관련 유전자로 알려진 MC4R은 포만감에 관여한다. 일반적으로 MC4R 유전자가 변이되면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해 식욕 억제력이 줄고 과식하게 된다. 지중해식 식단에 풍부한 식이섬유와 불포화지방이 이러한 MC4R 유전자 변이를 억제하기 때문에 비만 치료 뿐 아니라 유방암 예방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원 교수는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비만은 유방암 발병은 물론 재발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며 “섬유질과 단일 불포화 지방,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는 식습관이 유전자 변이의 기능을 약화해 유방암 환자의 회복을 돕고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식품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뉴트리션(Frontiers in Nutrition)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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