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러시아의 우익 사상가이자 ‘푸틴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사망 사건과 관련해 "무고한 희생자"라고 표현하자 우크라이나가 반발했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유라쉬 주교황청 대사는 자신의 사화관계망서비스(SNS)에 "교황의 말은 실망스러웠다"며 "어떻게 (러시아의) 제국주의 사상가 중 한 명을 무고한 희생자로 언급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바티칸에 파견된 주교황청 대사가 교황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의 바오로 6세 홀에서 주례한 수요 일반 알현에서 우크라이나의 독립기념일이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6개월이 된 이날 전쟁의 광기로 인해 희생당하는 것은 무고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20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서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차량 폭발로 숨진 사건을 언급했다.
교황은 "모스크바에서 그 불쌍한 여성이 카시트 밑에 설치된 폭탄에 의해 공중으로 날아갔다"며 "전쟁의 대가를 치르는 건 무고한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두기나 폭사에 대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두기나의 아버지 두긴은 새로운 러시아 제국을 만들고 여기에 우크라이나를 포함해야 한다고 예전부터 주장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에 '푸틴의 철학자', 우크라이나 침공의 '기획자'로 불린다.
두기나는 언론인이자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며 아버지의 사상을 지지했고 러시아 국영TV 등에 출연,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울러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많은 어린이가 고아가 되고 있다며 "고아는 국적이 없다. 러시아인이든, 우크라이나인이든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유라쉬 대사는 교황의 이 발언도 지적했다. 그는 "침략자와 피해자, 강간범과 강간 피해자를 같은 범주에 넣어서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라쉬 대사의 발언에 교황청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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