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한국의 클래식 음악에서 신선함을 느낍니다. 젊은이들이 클래식을 연주하고 즐기며, 공연장에서도 젊은 관객들이 음악인들에게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서죠. 뭔가 새로운 것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클래식의 미래가 어느 정도 한국에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최근 한국 클래식 음악인의 선전은 서구에서도 관심의 대상이다. 벨기에 공영방송 RTBF의 클래식 전문 프로듀서인 티에리 로로 감독이 31일 국내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K클래식 제너레이션’을 만든 이유다. 그는 클래식이 젊은층에서 외면 받으며 중장년층 이상만 즐기게 된 유럽과 정반대로 젊은 세대가 환호하는 한국의 모습에 놀라워했다. 그가 한국 클래식을 소재로 만든 영화는 2011년작 ‘한국음악의 미스터리’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로로 감독은 10여년만에 같은 소재로 작품을 만든 데 대해 26일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 영화관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많은 게 변했다. 어떤 변화가 있어서 한국인이 이렇게 각종 경연에서 주목 받게 됐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벨기에의 퀸엘리자베스콩쿠르만 해도 1라운드 통과자의 40%, 결승 진출자 12명 중 5명이 한국인일 정도로 대회를 휩쓸고 있다.
로로 감독은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소프라노 황수미, 피아니스트 문지영, 현악사중주단 에스메콰르텟 등 해외 콩쿠르에서 우승한 음악인과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그가 주목한 포인트는 테크닉과 표현력의 조화를 이룬 교육 방식의 변화다. 한예종 영재교육원 같은 특성화된 학교를 만들고 해외 유학파 교육자를 발탁하는 등의 노력 덕분에 개성과 자기표현이 가능한 연주를 가르칠 수 있게 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특히 올해 퀸엘리자베스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최하영의 연주가 “굉장히 혁명적이었다”며 “난해한 현대음악에 순간순간 에너지와 감정을 담았다”고 극찬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경이로운 연주”라고 말했다.
아울러 K클래식의 성과는 극도로 치열한 경쟁과 트레이닝의 결과기도 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부모와 가족들은 아이가 클래식에 재능이 있다 싶으면 연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올인’하지만, 모두가 콩쿠르 우승자가 될 수는 없다. 로로 감독도 “벨기에는 5시 학교 수업이 끝난 뒤부터 연습해도 하루 2~3시간 정도만 가능하다. 벨기에에서만 있으면 콩쿠르 입상의 기회는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에스메콰르텟의 한 멤버가 “11살 때 친구들과 놀고 싶어하는 나를 ‘꿈이 있으면 참을 수 있어야지’라며 말린 엄마가 고맙다”고 한 말을 들려줬다. 그는 “영화에서 임지영은 밖에 나가 노는 것보다 9시간 내내 연습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며 “분명히 성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비판적으로 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엄청난 한국 사랑으로도 알려져 있다. 2011년부터 한국에만 17번이나 왔다는 그는 차기작도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 중으로, 내년 4월경부터 한국에서 촬영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