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이 작가, 감독, 배우의 완벽한 시너지를 예고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 '아가씨' 등을 집필한 정서경 작가와 '빈센조'의 김희원 감독이 뭉쳤고, 이를 생동감 있게 그릴 배우들은 높은 완성도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환상의 라인업을 자랑하는 작품이 시청자들에게도 통할지 기대를 모은다.
29일 오후 tvN 새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극본 정서경/연출 김희원)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배우 김고은, 남지현, 박지후, 위하준, 김희원 감독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은 아씨들'은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맞서는 이야기다. 거대한 사건에 휩쓸린 세 자매가 돈이라는 인생의 숙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치밀한 서사, 감각적인 연출과 함께 펼쳐진다.
김 감독은 "'작은 아씨들'은 정 작가가 소설 '작은 아씨들'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현대 한국 사회라면 어떤 모습일지를 그린다. 모두가 공감하는 현실에서 시작해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며 "작품을 찍으며 자부심을 느낀 지점은 정 작가의 아름다운 글에 배우들의 호연이 얹어지고, 거기에 미술 감독 촬영 감독 등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준 크루들이 베스트를 뽑아냈다. 12부작이라 전개가 타이트한데, 놓치지 않고 따라와 주시길 바란다"고 소개했다.
'빈센조'를 통해 감각적인 연출을 보여준 김 감독은 새로운 콘셉트에 끌려 '작은 아씨들'로 돌아왔다고. 그는 "정 작가가 보여주는 글 중에 기존의 드라마나 내가 만났던 드라마에서 다루기 힘든 새로운 시도와 콘셉트가 있었다. 내가 그것을 과감히 할 수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새로운 결과물이 많아서 시청자들 역시 새롭다고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작가와의 작업은 새로움이었다. 김 감독은 "처음에는 정 작가와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촬영하는 동안에는 10대, 20대, 30대의 나를 다시 일깨워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이번 작품에도 스펙트럼이 넓은 감수성과 통찰, 영감이 들어 있다. 어떤 순간에 어려지고 성숙해지는 느낌이 들어 있는데, 정 작가가 준 감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영화 '아가씨', '헤어질 결심'의 류성희 미술감독과 드라마 '빈센조'의 박세정 음악감독 등 '작은 아씨들'의 제작진은 압도적이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류 감독은 워낙 유명해 같이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 자체로 행운이었다. 연출보다 더 깊이 있게 작품을 바라보고 연구하면서 에너지와 영감을 준다"며 "드라마 특성상 장소가 산발적이고 세트도 많이 나오는데 이걸 취합해서 하나의 큰 그림으로 만들어주는데 감탄했다. 또 드라마에 나오기 힘든 비주얼도 나와 미적인 걸 좋아하는 시청자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박 감독은 '빈센조' 할 때 음악을 만드느라 반 년 갇혀 있었다. 지금도 갇혀 있다"며 "장르 특성상 클래식한 음악을 예상했고, 실제로 그런 무드를 갖고 간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생동감이 있어서 비트가 강한 힙합, 그루브 있는 일렉을 섞어 신선하게 시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캐스팅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만큼 영광스러운 라인업이 완성됐다"며 "캐스팅 원칙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배우, 두 번째는 스태프가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인데, 모두 부합하는 배우를 찾았다"고 자랑했다. 이어 "다행히 정 작가의 대본이 있어서 회유하고 협박하고 빌고 사정할 수 있었다. 배우들도 정 작가의 글을 보고 관심을 많이 가져줬다"며 "첫 미팅 때 가져오는 질문의 수준도 높았는데, 열정이 보이더라. 우리 작품은 독무와 군무가 다 필요한데, 이런 분들이 와주셔서 즐겁게 찍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상의 캐스팅은 좋은 현장 분위기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앙상블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의 것을 얼마냐 존중하냐다. 그런 자세를 갖춘 배우들이 와줬다"며 "서로의 것을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자신의 것은 최선을 다하니 케미가 좋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성품이 정말 좋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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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은 돈으로 가족을 지키고 싶은 첫째 오인주를 연기한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 자란 그는 일찌감치 돈이 곧 보호자임을 깨닫고 남들만큼 사는 것을 꿈의 전부로 삼는 인물이다. 그는 "완벽한 합에 내가 합류할 수 있게 돼 영광스럽다. 작가님이 웃기라고 쓴 건지 잘 모르겠지만 촬영하면서 재밌었던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며 "감독님께서도 나보고 장르 파괴자라고 하더라. 이렇게 묵직하고 깊은 여운이 있는 작품에 내가 훼방을 놓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무겁지 않게 작품을 끌고 나가는 내 역할이더라"고 말했다.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지점에 대해서는 "몸으로 구르고 뛰는 건 마음이 편하다. 어려웠던 건 초반에 이 인물에 들어가는 과정"이라며 "두 달 정도 지옥의 시간을 보내다가 생각한 건, 캐릭터가 많은 여지가 있는 인물이라는 거였다. 나의 선택으로 인해서 이 인물이 이렇게 보일 수 있고, 저렇게 보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었던 역할이었다"고 했다.
남지현은 돈에 영혼을 팔고 싶지 않은 둘째 오인경으로 분한다. 오인경은 언제나 옳은 일을 위해 움직이는, 투철한 사명감과 높은 공감력을 지닌 기자다. 그는 "지금까지 보여드린 역할은 사랑스럽고 밝고 해맑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오인경은 좀 더 진한 사람"이라며 "에너지가 넘치지만, 그게 목표점을 향해서만 있다. 굉장히 열정적인데 동시에 이성적"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감독님과 오인경에 대해 얘기할 때 엉덩이가 의자에서 언제든지 떨어져서 어디론가 튀어갈 준비가 돼 있는 인물이면서 차분하다. 그런 부분이 새로운 모습으로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또 기자라는 직업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남지현은 "오인경의 특성을 잘 표현한 대사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너무 후반에 나와서 얘기할 수 없고, 하나는 중 쯤에 나오는데 '이 기사를 쓰지 못하면 죽을 것 같아'"라며 "오인경은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 단계가 12단계까지 있다고 하면 하나도 빠짐없이 단계를 다 밟고 가는 인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목표만을 갖고 어떻게 보면 저렇게 미련하나 싶을 정도로 똑바로 한곳만 바라보고 간다"고 말했다.
언니들의 사랑이 버거운 셋째 오인혜는 신예 박지후가 열연한다. 오인혜는 가난한 형편 속에서도 실력만으로 명문 예고에 진학한 그림 천재다. 그는 "대본을 받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재밌는데 어렵겠다였다. 정말 각 캐릭터들의 서사가 깊이 있게 다뤄져서 빠져들어서 한숨에 읽었다"며 "'현장은 연기 파티겠구나' 싶었다. 오인혜가 언니들에게 짐이 안 되려고 열심히 정상만 보며 달려가는데, 그런 모습이 안쓰러워서 성장을 함께하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오인혜 예술적인 면들이 발달돼서 감성을 키우는 아이다. 그걸 언니들에게 드러내지 않고 삼킨다"며 "때문에 '건조한 면이 있어도 되겠다' 싶었다. 정상만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이기적으로 갈 수 있는데, 그걸 설득력 있게 연기하는 게 중요했다"고 짚었다.
세상에서 돈이 가장 신성하다고 믿는 남자 최도일 역을 맡은 위하준은 오인주와 700억을 위한 공조 아닌 공조를 펼친다. 그는 "대본을 보면 볼수록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더라. 이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길래 이런 신념과 가치관을 갖게 됐을까,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오인주에 대한 마음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며 "이런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람이 선인인지 악인인지에 대해 헷갈리게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다. 모든 일에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생각했다"며 "돈에 대한 신념과 가치관과 여기서 오는 이성적인 모습과 냉철함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런 부분을 시청자들이 보면 선한지 악한지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편 '작은 아씨들'은 오는 9월 3일 오후 9시 10분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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