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표류했던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운영 정상화 절차가 윤석열 정부 출범후 탄력을 받고 있다. 정부가 환경영향평가 추진의 가장 큰 난관이었던 지역주민들 등의 협의회 구성에 성공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출석해 경북 성주군의 주한미군 사드기지와 관련해 "환경영향평가협의회가 지난 19일 구성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내 사드배치에 반대해온 중국 문제에 대해 “사드 배치의 근본 이유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때문이고, 그게 없어지면 굳이 사드가 여기 있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을 애둘러 지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환경평가협의회가 순항해 일반환경영향평가가 절차대로 진행되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중 성주 사드기지의 정식 배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환경영향평가는 1년 이상을 소요하지만 정부가 최대한 속도를 낼 경우 6개월 정도면 관련 절차를 마칠 수 있다는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되면 기지운영에 필요한 기반시설 등의 공사를 한층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컨테이너에서 생활할 정도로 열악한 사드 기지내 장병 숙소 문제 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주 사드 기지는 박근혜 정부 임기말이던 2017년 4월 임시배치됐다. 그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사드기지 정식배치를 위해 일반환경영향평가 절차 등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려면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공무원, 민간전문가, 위원장이 위촉한 사람 등 10명 이내의 위원들로 구성된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지방지치단체 공무원, 민간전문가, 성주지역 주민 등으로 협의회 위원들을 구성하려 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민들과 급진적 시민단체 등이 사드기지 정상화에 극렬히 반대한 가운데 협의회 구성이 지연됐고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진척을 보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5월 출범 후 사드기지 정상화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보여 왔다. 국방부가 정의하는 사드기지 정상화는 성주 사드 기지에 대한 상시접근권 보장, 부지 추가 공여, 환경영향평가 실시의 3가지다. 이중 상시접근권 보장이 가장 먼저 이뤄질 전망이다. 사드기지에 대한 식량 및 자재 운반 등의 지상접근 횟수를 기존 주 3회에서 근래에 주 5회(평일 낮)로 늘렸으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일반 주한미군 부대 등과 같이 상시적인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게 국방부의 방침이다. 예를 들어 주한미군이 원하면 언제든지 물자, 식수, 유류, 인력, 차량 등을 해당 기지에 진입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부 주민 등의 반대로 도로 운송이 여의치 않아 유류를 수송기로 공중운송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차량을 이용해 지상수송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치 추가 공여 작업도 이르면 9월중 완료될 전망이다. 이는 미국측이 주한미군 사드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우리 정부가 기지 배치에 필요한 부지 및 기반시설(전력설비, 상수도 설비 등)를 제공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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