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서빙을 하는 로봇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 주거나 모자란 반찬을 가지고 식당을 돌아다니는 로봇들인데요. 특히 코로나19가 퍼지면서 거리두기가 일상화되고, 대면 접촉이 줄어들자 이런 로봇들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을 언급하면서 꼭 따라붙는 것 중 하나가 로봇인데, 과거 상용화되기 전만 해도 영화 속에서나 로봇을 볼 수 있었죠. 때론 인간의 친구나 도움을 주는 존재로 등장했다가 어떤 영화에서는 자신들을 만든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켜 인류의 종말을 불러오는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 산업계에서도 로봇 개발이 한창입니다. 초기 개발된 로봇은 주로 공장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공업용, 산업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인간의 생활을 이롭게 하는 서비스 로봇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죠.
떠오르는 중국의 로봇 산업
중국도 로봇 산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하고 있어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른 나라 중 한 곳입니다. 주요 선진국이 로봇 분야의 기술력을 선점하기 위해 국가 정책으로 로봇 산업을 육성하는 것처럼 중국도 중점 산업으로 로봇 분야를 키우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2011년 12차 5개년 규획을 통해 산업용 로봇을 첨단설비 제조업의 주요 업종으로 확정하고 국가 차원의 지원 방안을 세웠습니다. 이어 거의 매년 다양한 국가 발전 계획에 빠짐없이 등장한 분야가 로봇 산업 분야입니다. 최근에는 2021년 발표된 14차 5개년 규획에 향후 5년간 중점 발전시킬 8대 산업으로 로봇 산업을 포함시켰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 전역에는 로봇산업 클러스터가 들어서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2013년부터 세계 최대 로봇시장으로 등극해 현재까지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가장 심각했던 2020년에도 중국 로봇시장은 27.6%나 성장했을 정도입니다. 작년에도 27% 성장해 1232억 위안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중 60% 가량을 산업용 로봇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비스용이 30% 정도, 나머지를 특수용 로봇들이 차지합니다.
산업용 로봇은 주로 조립, 운반, 용접, 도장 등을 담당합니다. 자동차, 조선, 기계 등의 산업에 많이 쓰이죠. 해당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발전이 빠르다 보니 산업용 로봇들의 발전이 빠른 편입니다. 중국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용 로봇 생산량은 2015년 3만2996대에서 2020년 23만7068대로 7배 이상 늘었습니다.
수입은 일본에서, 수출은 한국으로?
중국 산업용 로봇 시장을 보면 무역 불균형이 심각합니다.
수입은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해 10대 중 7대 가량이 일본산입니다. 한국이 수입 비중으로 보면 5위권이지만 수치는 2020년 2%에도 못 미칠 정도로 아주 미미합니다.
반면 중국이 산업용 로봇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는 한국입니다. 중국이 수출한 물량 가운데 2020년 기준 15%가 한국입니다. 홍콩이 2위, 인도가 3위지만 한국과는 격차가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 제조 현장과 물류 라인에서 운반, 이동을 담당하는 로봇의 60% 가량이 중국산이라고 할 정도로 중국산이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산은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지는 모양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쿠팡, 마켓컬리 같은 업체에서 빠르게 배송이 가능한 것도 모두 이런 로봇 기술을 활용한 덕분인데, 정작 이런 로봇은 중국산이 한국을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합니다.
시장조사업체인 로지스틱스IQ에 따르면 전 세계 물류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30억달러(약 3조8000억원)에서 2027년 180억달러(약 23조원)로 6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의 서비스용 로봇 성장세 가팔라
산업용에 이어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서비스 로봇도 중국 기업들의 성장이 눈부십니다. 가정에선 주로 청소, 오락용으로 쓰이거나 노인, 장애인의 생활을 돕는 용도, 교육용 등으로 쓰입니다. 그 밖에 병원의 의료용, 식당의 서빙용, 호텔, 백화점 또는 공공시설 등의 안내용 로봇을 서비스용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중국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2018년 168억 위안에서 20%대 성장세를 유지하다가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30%대로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내년에는 751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공항, 박물관 등 공공시설에서 안내를 하거나 식당에서 서빙하는 로봇들도 대거 늘었습니다. 일반 건물의 청소, 가정의 청소도 사람이 아닌 로봇들로 속속 대체되고 있습니다. 무인 배송을 시작하며 배달을 대신해주는 로봇들도 등장했고, 아이들에게 가정교사를 대신해 교육을 담당하는 로봇도 인기가 좋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간 접촉을 꺼리게 되면서 그 자리를 로봇들이 빠르게 차지하는 것을 중국에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음식 전달, 접시 회수, 고객 응대 등의 기능을 지닌 서빙 로봇이 요식업계에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국 서빙 로봇 시장 규모는 2018년까지만 해도 1억 위안에도 못 미쳤습니다. 2019년 2억2000만 위안을 찍고, 2020년 300배 이상 성장한 11억 위안을 넘어 2025년 147억 위안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체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의 비율도 서빙 로봇이 2019년 1%에서 2025년 10%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로봇
로봇들이 사람의 일손을 대체하면서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일하기 싫어 꺼리는 일자리는 대체 수요를 빠르게 찾을 수 있지만 로봇들이 때로는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만큼이나 중국도 요식업계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사람이 식당 직원으로 자리를 채웠지만
중국은 더 저렴한 인건비를 줄 인원을 찾지 못하자 로봇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일하려는 수요는 줄어들지만 인건비는 올라가는 상황에 로봇이 훌륭한 대안이 되고 있는 셈이죠. 호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짐을 나르고 안내하고 물건을 갖다 주는 간단한 업무를 로봇들이 차지해 나가는 중입니다.
심지어 하이디라오, 시베이요우몐춘, 바누 등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은 로봇만으로 서빙을 대체하는 무인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명 훠궈 체인 하이디라오는 2020년 6월 기준 약 400개가 넘는 지점에서 950대 이상의 서빙 로봇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관심 가질만한 중국 로봇 기업은?
중국 내 로봇시장은 산업용과 서비스용에서 발전 정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산업용 로봇은 글로벌 탑4로 꼽히는 ABB, 파눅(FANUC), 쿠카(KUKA), 야스카와(YASKAWA)가 이미 선점한 상태입니다. 중국 기업은 약 30%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마저도 저사양 제품이 대부분입니다. 광저우치판, 아이푸터, 신송, 아이스둔, 광저우슈콩, 신스다 등의 중국 기업이 뒤를 쫓고 있습니다.
서비스 로봇 분야에는 중국산안내 로봇으로 에코박스(Ecovacs)의 왕바오(旺?), 오리온스타(Orionstar)의 바오샤오미(豹小秘), 배달로봇으로는 윈지테크놀로지(Yunji Technology)의 룬(?), 오리온(Orion)의 자오차이바오(招?豹) 등이 있습니다.
샤오미는 로봇청소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아이들 교육용 로봇시장에서 아이플라이테크(Iflytech)의 아얼파차오넝단(阿?法超能蛋)도 인기가 높습니다.
그 외에 물류 분야에서 Geek+ , 상하이 Quicktron이 3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하이크비전(Hikvision, 海康威?), 마로창신(?路?新), 에이루이스(艾瑞思) 등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중국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산업 혁명을 주도하는 분야에서 기술 육성에 주력하는 만큼 서비스 분야의 로봇들도 관련 기술의 발전에 따라 성장하는 속도가 더욱 빠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련 기업들의 성장을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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