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생활 폐기물 소각장)을 기존 부지인 마포구 상암동 시유지에 다시 짓기로 했다. 자신이 속한 지역에 혐오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꺼려하는 ‘님비(Not In My BackYard·지역이기주의)’ 현상이 여전한 현실에서 택한 ‘고육지책’이지만 이전을 기대했던 마포구가 서울시의 결정에 대해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면서 반발하고 있어 향후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최종 평가를 통해 현재 마포구 상암동의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를 최적 입지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신규 시설은 2026년까지 짓고 기존 시설은 2035년까지 철거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전문 용역 기관을 통해 서울 전역에 대한 조사를 거쳐 5개 후보지를 선정했고 입지·사회·환경·기술·경제 5개 분야에 대한 정량 평가를 실시했다. 주요 선정 이유로는 영향 권역인 반경 300m 이내에 주거 세대가 없고 현재 폐기물 처리 시설로 지정돼 있어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꼽혔다. 아울러 시유지로 토지 취득을 위한 비용 및 절차가 필요 없는 데다 소각열을 지역난방에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
서울시는 상암동 후보지를 관광 명소인 덴마크 아마게르 바케, 로스킬레 소각장처럼 근처의 하늘·노을·난지천 공원 및 한강과 조화를 이루는 명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소각장 및 청소차 진·출입로를 지하화하는 한편 세계 최고 수준의 오염 방지 설비와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안전하고 깨끗한 시설로 운영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건립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지역에 1000억 원 규모의 수영장, 놀이 공간과 같은 편의 시설을 조성하는 한편 연간 1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 주민 복리 증진과 지역 발전에 사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폐기물 처리 대란’이 다가오면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현재 마포를 포함한 서울의 4개 광역자원회수시설에서는 지난해 기준 하루 약 2200톤의 폐기물을 소각했지만 처리하지 못한 1000톤의 폐기물은 인천·김포의 수도권 매립지에 묻고 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 규칙에 따라 2026년부터 수도권 매립지에서 소각하지 않은 생활 폐기물 매립이 금지돼 서울시는 4년 뒤부터 생활 폐기물을 선별해 재활용하거나 소각장에서 처리해야 한다. 서울시가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했으나 단 한 곳도 신청하지 않았다.
하루 최대 처리 용량은 상암동의 기존 시설이 750톤이며 새로 짓는 시설은 1000톤이다. 상암동에서 기존 시설이 철거되는 2035년 이후에는 늘어나는 처리 용량이 250톤으로, 현재 기준으로 필요한 1000톤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대해 이인근 서울시 환경기획관은 “시설 처리 용량을 기존의 30% 미만 범위에서 늘리는 경우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기존 시설에 대한 현대화 작업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남은 기간 양천·노원구의 시설은 전면 현대화 사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될 경우 사실상 신규 부지 선정은 포기하는 것이다.
상암동처럼 기존 부지에서의 신설 또는 증설 모두 해당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최근 서울시에 기존 자원회수시설이 있는 자치구는 입지 선정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는 의견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절차를 진행해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와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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