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다주택자와 고령자·장기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 한도와 공정시장가액비율 문제는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상속·이사 등으로 인한 일시적 다주택자와 투기 목적이 아닌 비수도권 3억 원 이하 주택 보유자를 1주택자로 취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정 요건을 갖춘 고령 주택보유자와 장기 보유 가구의 경우 주택을 상속·증여·양도하는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논란이 됐던 조세제한특례법 개정안의 경우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조특법 개정안은 1가구 1주택자 종부세를 2020년 수준으로 완화하기 위해 현행 11억 원인 기본 공제 기준을 14억 원으로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날 여야는 공제 기준을 1억 원 상향하는 대신 정부가 60%까지 낮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이견을 좁히려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이견이 없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먼저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가 합의된 법안부터 시급히 처리에 나선 것은 과세 행정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다. 이날 기재위 회의에 출석한 김창기 국세청장은 “부부공동명의자 등에 대해 특별 공제를 안내하는 서류를 오는 3일부터 인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추후 과세 기준이 바뀌면 납세자의 유불리가 달라지므로 개인이 별도로 계산해서 납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례 대상자 선정·고지서 발송으로 이어지는 과세 행정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법안 처리가 불가피했던 셈이다.
한편 정기국회 첫 날 예정에 없던 전체회의를 급히 열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두고 야권 위원들의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아직 해당 법안을 심사할 소관 소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처리할 수 있느냐”며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종부세 완화를) 부자감세라고 비판하더니 물밑협상을 하고나서 갑자기 통과시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주영·양경숙·유동수 민주당 의원 역시 법안 논의 과정에서 각 기재위원들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점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 기재위 간사를 맡은 신동근 의원은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참석을 이유로 기재위에 출석하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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