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직장인 A씨(남·30대). 감염 이후 지속적인 흉통, 심계항진 증상을 겪고 있다. 완치 판정을 받고도 증상이 더욱 심해져 회사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워진 A씨는 불면증까지 겪다 결국 휴직계를 냈다. 고등학생 B씨(남·10대) 역시 확진 이후 두통과 근육통 증상이 이어져 학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주변의 권유로 용인세브란스병원 포스트 코로나 클리닉(Post Covid Clinic)을 찾은 A 씨와 B 씨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인한 ‘롱코비드(Long COVID)’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확진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적어도 2개월, 평균 3개월 동안 다른 진단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을 겪는 경우를 롱코비드로 정의한다. WHO가 제시한 롱코비드의 주요 증상으로는 피로감, 숨가쁨, 수면장애, 이명, 인지장애를 비롯해 일상활동에 영향을 주는 기타 증상들이 있다. 연구에 따라서는 기침, 근육통, 흉통, 후각·미각 상실, 우울, 불안, 발열 등이 보고되기도 한다.
롱코비드의 유병률은 일반적으로 코로나19를 경증으로 앓은 환자 중 10%, 중증으로 앓은 환자 중 30~40%로 알려져 있다. 학계에서 보고된 롱코비드의 위험인자로는 △감염 초기 혈액에 대량의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2) 유전물질의 존재 △코로나19와는 다른 감염증 바이러스인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의 존재 △류마티스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에 관계되는 자가항체의 존재 △제2형 당뇨병 내력 등 4가지다. 그 밖에 남성보다는 여성이, 연령별로는 50세 이상 성인이 롱코비드 증상을 더 많이 호소한다. 또 흡연자이거나 천식·비만·당뇨와 같은 기저 질환이 많을수록 중증도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롱코비드 의심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증상 특성에 따른 전문적인 검사가 권장된다. 숨가쁨, 운동능력 감소 및 저산소증 등의 징후가 있는 경우 폐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흉부 엑스레이(X-ray), 컴퓨터단층촬영(CT), 자가공명영상(MRI), 폐혈관조영술 등의 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5% 미만에서 확인되는 혈전색전증이 의심될 경우에는 디다이머(D-dimer) 검사가 권고된다.
코로나19의 가장 치명적인 후유증으로 꼽히는 심혈관 계통에서는 호흡곤란, 흉통, 심계항진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심근섬유증, 부정맥, 빈맥, 자율신경계 기능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심혈관 합병증이 있거나 심장 부위에 지속적인 증상이 있는 환자는 심전도 검사와 심장초음파를 통해 추적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필요 시 자율신경계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만약 불안, 우울증, 수면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인지장애 등 신경정신과적 징후가 있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간혹 인지장애의 여러 유형 중 하나로 뇌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현상을 일컫는 ‘브레인 포그(brain fog)’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이외에 기본적인 검사로는 면역조절 장애, 염증, 미세혈관 혈전증, 감염에 따른 임상 혈액 및 소변 검사의 실시가 권장된다.
장기간 코로나19 후유증을 겪는 환자들에게는 포스트 코로나 클리닉과 같은 전문기관을 방문해 전문적인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 롱코비드 사례를 통해 소개된 직장인 A씨는 용인세브란스병원 포스트 코로나 클리닉에서 심장내과 및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진을 통해 심초음파, 심장 운동부하검사를 시행받은 후 불안장애 치료 등을 병행하며 흉통과 불면증이 개선됐다. 학생 B씨 역시 포스트 코로나 클리닉에서 약물과 근육자극 요법 등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 호전될 수 있었다.
전문적인 롱코비드 검사는 코로나19 후유증 치료 외에 혹시 모를 다른 종류의 감염병과 알러지 질환의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임상적 의미가 있다. 주변에 코로나19에 확진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고도 후유증이 지속되는 이들이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포스트 코로나 클리닉과 같은 전문기관에 내원하길 권해보자.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발현 증상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