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서비스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열악한 인력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11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열린 KHC 2025 행사 중 '초고령사회와 지속 가능한 간병시스템' 세션에서 '국내 간병서비스 제도화 방안'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중앙정부가 2023년 12월 '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를 위한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 방안 10대 과제를 발표하고 시범사업을 시작했지만 참여 병원 중 다수가 미참여 의사를 표명하는 등 삐걱거리고 있다"며 "미숙한 설계도를 가지고 건물을 짓다보니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무가 뿌리를 내리려면 비옥한 토양이 필요하듯 간병서비스가 정착하기 위한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고 짚었다.
요양병원이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간병서비스의 질이 담보돼야 하는데, 현재의 간병인 고용 구조와 교육 및 관리감독 체계는 이를 담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날 발표에서 제시된 '2023년 요양병원 간병서비스 제공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령자가 전체 간병인의 78.9%, 외국인이 46.4%였다. 또 간병인의 66%가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으며, 간병인 한 명이 맡는 환자는 평균 7.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개업체를 통한 간병인 공급이 73.1%를 차지할 정도로 고용상태가 불안정하니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을 질 사람이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간병인 2명 중 1명은 평균 근속기간이 1년에도 못 미치는 건 이러한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이 교수는 “간병인의 과중한 업무와 불안정한 고용구조로 인해 간병서비스의 질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간병인에 대한 별도 법률 규정이 없어 자격기준과 업무 범위가 애매하고, 국가가 관리하는 양성기관이나 표준 교육과정이 부재한 것도 문제라고 봤다. 이 교수는 "간병인 교육을 요양병원에 맡겨놓으니 교육을 받는 간병인은 전체의 5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자격 기준과 교육이 부족한 상태에서 간병인과 사적 계약을 통해 간병이 이뤄지는 상황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불안감과 불신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간호와 간병의 구분조차 애매한 상황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체계화하기는 커녕, 10년째 시범사업 에 머물러 있고 이제 막 시작한 요양병원 간병지원 시범사업마저 예산이 축소된 것만 봐도 간병비 해결에 대한 정부 의지가 부족하다고 밖에는 여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그럼에도 간병의 개념과 간병인의 업무범위를 체계화한 것은 요양병원 간병지원 시범사업의 중요한 성과"라며 "향후 시범사업을 거쳐 정식 제도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간병, 간병인, 간병서비스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장 간병비를 전면 급여화하기 어렵다면 간병비의 연말정산 세액 공제 추진 등 단계적으로 국가 보장 범위를 넓혀나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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