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정비를 이유로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한 가운데 가스 가격 급등에 부담을 느낀 일부 독일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완전히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3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압박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의 여파로 일부 독일 제조 기업들이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부 장관은 “에너지가 사업 모델에서 중요한 기업들이 불안해 한다”며 “가스 가격 상승이 대기업부터 소규모 무역 회사, 중소기업에 이르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가스 가격 급등으로 인한 생산 중단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독일산업연맹(BDI)의 지크프리트 루스부름 회장은 이번 주 산업용 가스 소비량이 전년 동기 대비 21%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효율성 향상이 아니라 생산량이 극적으로 감소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가스 부족뿐만이 아니라 터무니없는 가격 인상 때문에 많은 기업의 상황이 이미 나쁘거나 곧 나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위기 여파로 독일의 대표 경제 싱크탱크인 Ifo가 발표한 8월 기업환경지수는 88.5로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가스 가격 안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익월 선물 가격은 이날 ㎿h당 240유로를 기록해 8월 최고가인 340유로에서 크게 하락했지만 여전히 1년 전과 비교하면 8배나 높은 수치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이 유지 보수를 이유로 이날부터 사흘간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폐쇄하면서 가스 공급에 대한 불안감은 다시 커진 상태다.
한편 독일을 비롯한 각국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맞서기 위해 조만간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2일 열리는 화상회의에서 러시아산 유가 상한제 실행과 관련된 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연료유와 같은 석유제품 모두에 가격 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G7 외에 중국과 인도 등 여타 국가들의 가격 상한제 준수율은 낮은 실정이다. WSJ는 “가격 상한제에 대한 G7 외의 지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관료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이 가격 상한제를 지키도록 설득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러시아산 원유를 하루 100만 배럴 수입하는 인도가 동참할 가능성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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