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 등 계파색이 옅은 국민의힘 중진들이 잇따라 당론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놓으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국위원회 개최에 대한 가처분을 추가로 제기하면서 여당의 비대위 출범 로드맵에 비상등이 켜졌다.
안 의원은 1일 방송 인터뷰에서 2차 비대위 출범과 관련해 “법원에서 비대위 체제를 허용하지 않는다. 최고위원회로 돌아가는 게 맞다”며 기존 주장을 거듭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겨냥해서는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는 국민께서 내려주는 것이다. 스스로 이야기하기 적합한 말은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안 의원은 최근 언론에 적극 나서며 독자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당내 최다선(5선)인 조경태 의원도 새 비대위 구성을 위한 당헌 개정에 반기를 들었다. 조 의원은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거수 투표를 한 것에 대해 “중요한 의사 결정은 동네 아이들도 비밀투표로 한다”며 “정말 아슬아슬한 선수들 좀 쉬게 하고 싶다”며 윤핵관들에게 날을 세웠다. 중진인 윤상현·정우택 의원도 당내 상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차기 당권 주자로 불리는 이들의 잇단 성토는 당내 권력 전선 재정비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비대위 출범과 함께 이 전 대표의 복귀가 차단되면서 당내에서는 리더십 부재 해소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윤핵관의 두 축인 권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사실상 ‘2선 후퇴’ 의사를 밝히면서 여권 권력 지형 재편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이들이 윤핵관에 거리를 두고 민심에 공감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장을 지낸 안 의원은 한때 장 의원과의 연대설이 돌기도 했지만 “이 전 대표의 대표직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윤핵관과 선을 긋고 있다. 당 주도권 교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윤핵관들의 동력은 상실됐을 수 있지만 윤 대통령의 취임이 4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주류가 힘을 계속 가져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8일 비대위 출범으로 혼란을 봉합하려 했던 국민의힘은 내홍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5일 예정된 전국위원회 개최를 막아달라며 이날 국민의힘을 상대로 3번째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당헌 개정안이 비상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이 전 대표만을 겨냥했다며 “반민주적·반헌법적”이라고 비판했다.
윤리위원회는 이 전 대표에게 추가 징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리위는 입장문을 내고 지난달 27일 의원총회에서 이 전 대표의 개고기·양두구육 발언에 대해 추가 징계를 촉구한 것에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르면 28일 추가 징계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 전 대표는 “대법원보다 권위 있는 절대자”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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