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 차르(황제)’로 불리는 류허 국무원 부총리를 포함해 중국의 고위 경제 라인이 ‘물갈이’를 앞두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특히 미국의 무역 협상 파트너인 류 부총리의 퇴장으로 미중 갈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다음 달 16일 개막하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리커창 총리와 류 부총리의 후임자가 지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국가 주석에 이은 공산당 ‘서열 2위’이자 중앙재정경제위원회를 총괄하는 중국 경제 컨트롤 타워 리 총리 뿐만 아니라, 중앙재경위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류 부총리, 이강 인민은행 총재, 궈슈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가 모두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올해 70세인 류 부총리와 67세인 리 총리 모두 공무원 정년(65세)은 물론 ‘관례상 정년’인 67세를 넘긴 상태이며, 이 총재와 궈 주석도 65세, 66세로 물갈이가 돼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은 “중국 2분기 경제 성장률이 0.4%에 그치고 청년 실업률도 20%로 치솟는 등 처참한 경제 성적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경질성 인사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미중 무역분쟁 당시 통상 분야의 ‘카운터 파트너’였던 류 부총리의 퇴진이 미중 갈등에 미치는 영향이다. 7월 류 부총리와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 간 통화가 성사되며 기대가 높아졌던 미국의 대중 관세 철폐도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후임으로는 시 주석의 ‘복심’으로 알려진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장관급)이 유력하다. 외신들은 허 주임이 전임자들과 달리 시 주석의 경제 기조를 밀어붙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 그룹의 닐 토마스 분석가는 “허 주임은 기술 관료라기보다 정치인에 더 가깝다”며 “류 부총리처럼 각종 경제 현안을 잘 알지도 못한다”고 평가했다.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대미 기조’가 어떻게 변할 지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미중 갈등 양상에도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경제 관료들의 역할은 사실상 시 주석의 지시를 액면 그대로 전달하는데 불과했다”고 말했다.
한편 리 총리 후임으로는 후춘화 부총리와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거론된다. 시 주석의 측근인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의 발탁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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