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에서 연마 작업을 담당하는 김씨(42). 천장과 바닥을 비롯해 선박 표면의 페인트 녹과 이물질을 제거하는 고된 작업을 일삼다 보니 목 통증을 달고 산다. 목을 뒤로 젖히거나 앞으로 숙인 자세로 장시간 일하니 목에 부담이 쌓이게 마련이다. 임시방편으로 파스를 붙이거나 진통제를 먹으며 버텨봤지만 뻐근하고 쑤시는 목 통증은 갈수록 심해졌다. 증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병원을 찾은 김씨는 ‘목 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병을 키워온 지난날을 반성하던 김씨는 한방 치료를 통해 체계적으로 목 디스크를 치료하기로 마음 먹었다.
한국 조선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한국의 누적 수주량은 116만 CGT(표준선 환산톤수)에 달하며 3개월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인 210만 CGT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이러한 호황에도 불구하고 조선업계는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종사자 수는 2014년 20만 3441명에서 지난해 9만 2687명으로 54%나 감소했다. 인력 부족을 초래하게 된 배경을 특정하긴 어렵지만, 높은 노동강도와 건강에 대한 위험 부담이 크다는 점이 핵심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노동 집약적 산업이다. 배 한 척을 만들기 위해서는 설계와 가공, 조립, 도장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작업마다 많은 인력이 동원된다. 발생하는 직업병도 매우 다양하다. 특히 그라인더로 단단한 금속 표면을 다듬거나 부식된 부위를 깎아내는 연마 작업은 목 디스크를 비롯한 척추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김씨와 같이 반복적인 연마 작업에 노출되는 이들은 작업 특성상 한정된 공간에서 목을 뒤로 젖히거나 앞으로 숙인 자세로 장시간 일하게 된다. 이러한 불안정한 자세에서 그라인더 마찰의 충격이 척추에 전달되면 경추(목뼈)의 배열이 무너지고 디스크(추간판)에 손상이 생겨 목 디스크까지 이어질 수 있다.
목 디스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휴식 시간을 준수하며 경직된 근육과 인대를 풀어주고, 작업 중 틈틈이 스트레칭을 실시해 경추에 쌓인 부담을 해소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럼에도 목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목 디스크 증상을 의심해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한방에서는 추나요법과 침·약침 치료 등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목 통증을 완화하고 목 디스크를 치료하게 된다. 먼저 한의사가 손 또는 신체 일부를 이용해 틀어진 척추와 근육을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으로 척추 위치를 바로잡고 신체의 불균형을 해소한다. 침 치료는 목 주변 근육과 인대의 긴장 해소에 효과적이다. 순수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 치료는 목 통증을 개선할 뿐 아니라 근육 손상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추나요법의 목 통증 완화 효과는 관련 연구 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로서 미국의사협회가 공식 발간하는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추나요법은 일반 진통제 또는 물리치료보다 뛰어난 목 통증 완화 효과를 나타냈다. 연구팀이 목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추나요법과 진통제, 물리치료 등 일반치료를 각각 시행한 결과, 추나요법을 5주 시행받은 환자들의 목 통증 감소 폭은 56%에 달했다. 그에 비해 진통제, 물리치료 등 일반 치료를 시행받은 환자들의 목 통증 감소폭은 29%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조선업 근로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개인 뿐만 아니라 사업장과 국가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근로자의 건강을 가장 높은 가치로 두고 근로 환경도 개선해 세계 최고의 조선업 역량이 지속되길 바란다. /김하늘 부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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