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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자합의' 때로 돌아간 슈퍼달러

■실질 달러지수 최고수준…원·엔·파운드화 가치 곤두박질

엔화, 달러당 140엔 24년만에 처음 깨져

원·달러환율 금융위기 후 첫 1360원 뚫려

파운드화 가치도 8월 한달 5%나 떨어져

인플레 등 압박…글로벌 경제 후폭풍 예고

달러당 140엔이 넘어선 2일 일본의 한 외환 거래 업체 직원이 환율을 표시하는 모니터 아래에서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달러화 가치가 역사적 외환시장 개입이 이뤄진 1980년대 ‘플라자합의’ 직전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연일 새로운 고점을 경신하며 글로벌 통화를 초토화시키는 ‘킹 달러’의 맹위에 세계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압박이 더해지고 신흥국의 채무 부담도 급증하는 등 세계 경제에 후폭풍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일(현지 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140엔을 돌파했다. 올해 초 달러당 115엔 수준이었던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18%가량 하락한 상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는 1979년(19%) 이후 43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엔화는 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달러당 140.40엔까지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도 사흘 연속 연고점을 갈아치우며 1360원 고지를 돌파했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7원 70전 오른 1362원 60전에 거래를 마쳐 2009년 4월 1일(1379원 50전)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연내 1400원 돌파 전망도 나온다.



유럽 통화 역시 달러화 대비 줄줄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8월 한 달 동안 약 5% 떨어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결정이 나온 201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려갔다. ‘패리티(1유로=1달러)’가 진작에 깨진 유로화는 6월 이후 달러 대비 6.6% 하락한 상태다.

올 들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면서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미 달러화는 글로벌 경제 불안과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는 미국 경기,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 속에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올해 초부터 14%가량 올라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109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실질실효환율 기준 달러지수는 1985년 강달러를 시정하기 위해 주요국들이 시장 협조 개입에 나선 일명 플라자합의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나 홀로 치솟는 달러화 가치가 유럽과 일본·신흥국 등 글로벌 경제에 일으킬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안다의 선임시장애널리스트 에드워드 모야는 “세계 경제가 취약할 때 안전자산을 찾는 경향과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달러가 새로운 역사적 고점으로 치솟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킹 달러가 잠에서 깨어나면서 유럽 지역에 더 많은 고통을 안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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