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은 3일 "한일관계 개선의 물꼬가 마련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어 한일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 장관의 발언은 외교적 해결책이 진도를 나갔다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 '겐논 NPO'가 주최한 '제10회 한일미래대화 포럼' 영상 축사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네 차례 만나 진지한 협의를 이어왔다”며 “진정성 있는 대화와 소통을 지속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여러 방면에서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현안의 조속한 해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장관은 한일 양국 국민의 상호 호감도가 2019년 일본제품 불매운동 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두 기관의 공동 보고서를 언급하고, 특히 양국 젊은 층이 서로의 대중문화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화적 관심이 상대방에 대한 우호적 인식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청년 세대들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한 희망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어 "세계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한국이 일본과 함께 힘을 합쳐 나가야 한다"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소개한 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며 "그간 경색된 채 방치되어 온 양국 관계 때문에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야시 외무상도 이어진 영상 축사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며 현재 전략 환경을 고려할 때 한일·한미일 협력의 진전이 지금처럼 중요한 때는 없었다"고 대답했다. 이어 "앞으로도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한국 측과 긴밀하게 의사소통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장관은 전날 광주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를 잇달아 만났다. 이 할아버지는 지난 2018년 10월 일본제철, 그리고 양 할머니는 같은 해 11월 미쓰비시(三菱) 중공업을 상대로 한 강제동원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각각 최종 승소했다. 피해자 면담 뒤 박 장관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가슴이 많이 아프다"며 "두 분의 말씀을 하나도 빼지 않고 귀담아 듣고 당시 상황, 현재 마음에 담고 있는 얘기를 생생하게 잘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피해자들을 직접 만난 것을 바탕으로 강제징용 문제를 최대한 조속히 풀도록 노력하겠다"며 "그 과정에서 진정성과 긴장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 장관은 일부 피해자 측에서 외교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이 사건 관련 의견서를 '철회하라'는 요구와 관련해선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장관은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는 민관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경청·수렴했던 것과 한일 간 교섭을 진행해온 그동안의 외교활동을 참고로 해서 작성해 법원에 보낸 것"이라며 "법령과 절차에 의해 정당하게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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