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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생산직 퇴직 전 임금이 1.5억 가능한가"…‘할 말’하는 노동교수들

지난달 한 노동 포럼서 A교수 연공급 직격

같은 일해도 차별받는 노동 이중구조 문제

"실정법 사각에 법만 강조" 국정 지적 B교수

"첫 1심도 아직" 중대법 토론장 나간 C교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고려대에서 열린 한국노동사회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해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종곤 기자




“며칠 전 어느 공공부문 제조업체를 방문했는데, 너무 쉽고 단순 노동을 했던 고졸 근로자의 퇴직 직전 임금이 1억5000만원 정도였습니다. 이건 말이 안되는 거죠. 개별기업의 임금 구조가 이렇게 고착화된 겁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고려대에서 열린 한국노동사회포럼에서 직무급에 대한 질문을 받은 A교수의 답변이다. 능력 보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공급 철폐를 주장해온 A교수는 토론회에서 말을 빨리하거나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드물다. 이날은 달랐다. A교수는 “(이미 1억5000만원을 주고 있는) 회사는 선택이 뻔하다”며 “새로 청년노동자 뽑는 대신 기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주화, 자동화, 비정규직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교수는 임금 수준의 적정성이 아니라 임금 수준이 정해지는 구조적 차별을 비판했다. 기업이 노조를 중심으로 한 처우 개선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한정된 재원을 써 청년 인력을 뽑지 못하고 더 값싸게 노동력을 얻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두 계층의 임금 양극화를 낳는 원인 중 하나다. 대기업 정규직의 월급을 100으로 치면, 같은 일을 하더라도 중소기업은 50~60, 비정규직은 70 수준에 머문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파업 과정에서 10년 넘게 용접을 한 하청 직원이 최저임금 수준 임금을 받는 비정상적인 상황도 드러났다.

최근 ‘할 말’하는 노동교수가 늘고 있는 분위기다. 한편에서는 노동개혁을 내건 정부에 A교수처럼 노동시장 문제를 짚어 조언을 내놓는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의 반노동 정책과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A교수가 참가한 당시 포럼에서 B교수의 질문도 장내를 집중시켰다. B교수는 기조강연자였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특고(특수형태근로종사자), 하청과 같은 실정법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에게 정부가 법과 원칙만 강조한다”며 “이러면 특고, 하청은 불법을 하고 있다고만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조선 하청 파업 등 일련의 노동계 쟁의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정부 태도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원청은 법적으로 하청 교섭 의무가 없다고, 하청은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의 교섭의무가 있다고 정반대 목소리를 낸다. 현 제도로는 하청 파업은 늘 원청 입장에서 불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1일 고용부가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에 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연 토론회에서 C교수가 토론장을 떠나는 일도 있었다. C교수는 “중대재해법 사건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았다”며 중대재해법 개정을 요구하는 경영자 단체를 지적했다.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가 일어난 기업 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관리체계의무를 따져 형사처벌하는 법이다. 노동계는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더 강화해야할 법이라고, 경영계는 처벌 수준이 과도해 완화해야할 법이라고 엇갈린 평가를 한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경제단체 한 관계자가 ‘중대재해법 개정을 요구하는 경영계를 비난만 한다'고 대응하면서 C교수의 퇴장을 불러왔다. 정부 주최 토론회장에서 참석자의 중간 퇴장은 드문 일이다. 이날 현장은 고성과 막말이 오고 가는 격론의 장이었다고 한다. 금속노조는 2일 성명을 내고 “참석교수는 토론의 편향성과 경제단체의 막나감에 대한 분노로 퇴장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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