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5일 윤석열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특별검사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관련 소환 통보에 맞서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첫 국정감사와 예산, 세제 개편안 등이 논의될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의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윤 대통령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를 불과 나흘 앞두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박 대변인은 “후보 시절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여러 질의가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 부인했다”며 “지금은 김 여사의 주가 조작 사실이 명명백백히 드러난 만큼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은 허위 사실 유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선수’로 가담한 이 모 씨에게 2010년 2~5월 무렵 자신이 보유한 주식과 10억 원이 든 신한증권 계좌를 넘겨 주가 조작에 동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의 통화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전화로 주문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언론 보도도 나온 만큼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은 허위라는 입장이다.
김승원 민주당 법률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이 씨에게 모든 거래를 일임했고 4개월간 손실만 보고 이 씨와 절연했다’는 주장을 했다”며 “재판 과정에서 나온 육성 녹음을 통해 김 여사가 주가 조작 첫날 주식을 직접 사라고 지시했고 중간에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당의 고발에도 대통령은 헌법상 불소추 특권이 있는 만큼 당장 수사가 진행되기는 어렵다. 이번 고발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대표뿐 아니라 윤 대통령의 발언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김 여사의 허위 경력 기재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특검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하는 등 대여 공세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이 대표에게 검찰에 불출석할 것을 요청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사기관들은 (김 여사)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특검법 추진 배경을 밝혔다. 검찰의 소환 통보 등을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한 점을 집중 부각해 여론전에서 승기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시점에서 당 대표가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은 맞지 않고 서면 조사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모습 자체가 추석 민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 같은 총공세에 집단 반발했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들을 호도하며 집단 광기에 가까운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며 “민주당과 이 대표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파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정치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스스로 정치적 인질이 됐다”며 “정치적 인질로 전락한 민주당이 오히려 범죄자를 공감하고 지지한다”고 꼬집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무시하는, ‘아니면 말고’ ‘일단 지르고 보자’는 속내가 훤히 드러난 정치 공세는 금도를 한참 넘었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입장을 냈다. 그는 야당이 윤 대통령을 고발한 것과 관련해 “정치적·상징적 의미로 하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친인척과 관련해 ‘특검법이 있을 경우 법무부가 적극 협조할 의사가 있느냐’는 장경태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타당한 특검법이냐 아니냐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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