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유통 업체 A 사는 규정상 정년이 60세지만 본인이 원하고 업무 수행에 문제가 없다면 계속 일할 수 있다. A 사는 고령자의 체력 저하를 보완하기 위해 공정 일부를 자동화하는 ‘물리적 개선’,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가르치는 교육 지도역이라는 새 직무를 만드는 ‘제도적 개선’도 병행했다. 그 결과 청년 직원들의 직장 정착률이 80%로 뛰어올랐고 생산성까지 향상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서울경제신문과 라이프점프가 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3회 리워크 전직 지원 활성화 컨퍼런스’에서는 ‘사례가 일자리다’를 주제로 정부의 고령자 고용정책 방향과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대응 사례, 주요 전직 지원 서비스 기업들이 발굴한 우수 사례 등을 통해 중장년 일자리 해법을 논의했다.
‘일본의 고령자 고용 동향과 시사점’을 주제 발표한 박수경 강원대 비교법학연구소 교수는 1980년대부터 고령화정책을 준비한 일본을 가장 좋은 본보기로 꼽았다. 일본은 고령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앞선 사례처럼 기업이 스스로 정년을 없애고 직장 내 전직(직무 전환)으로 노사가 모두 ‘윈윈’하는 모델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한편 계속 고용이 어려운 경우 ‘재취직 원조 조치’로 이직을 장려했다. 그 결과 일본 65세 이상 취업률은 2011년 19.2%에서 지난해 25.1%로 올랐고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교수는 “일본은 고령자 고용 정책의 구속력을 높이기 전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제도 기반을 닦았다”며 “우리나라도 제도 연착륙을 위해 제도 설계에서 시행, 정착까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기업과 노동시장, 사회의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장 재취업·창업을 앞둔 중장년층의 피부에 와닿을 만한 사례 발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고객 경험을 통한 중장년 커리어 개발 사례’를 발표한 김명보 인지어스 상무는 △워크플로러닝 △긱워커 △스킬갭 등 세 유형을 실현 가능한 모델로 제시했다. 워크플로러닝은 과거 경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경우다. 대형 백화점 해외 지사장을 지낸 A 씨는 퇴직 이후 인지어스 컨설팅을 통해 자신의 강점을 ‘유통’과 ‘관리’로 특징 지었다. 해당 분야 채용 정보들에서 부동산과 시설 관리 법·기술 지식을 보완하면 재취업 성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 공공기관 시설 관리 담당 관리자로 전직에 성공했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는 ‘신중년 일자리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 사례’를 주제로 대기업 퇴임 임원을 청년 기업 컨설턴트로 연계하거나 관리직 구인난을 겪는 지역 중소기업에 수도권 주요 기업 출신 인사를 매칭한 성과를 제시했다. 중장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본연의 목적 달성과 더불어 사회적 문제도 함께 해소하는 창의적 발상으로 평가된다.
김석란 이음길 상무는 ‘민간 전직 지원 시장에서의 고용 사례’를 통해 재취업 준비 단계인 상담에서 시작해 목표를 설정하고 포지션 발굴과 면접·취업에 이르는 유기적인 지원 체계를 설명했다. 개인마다 처한 상황을 토대로 경력 전환과 창업·재취업 등 선택지 가운데 최선을 찾는 방안을 과학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고용 확률을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홍제희 노사발전재단 전직지원팀장은 전직 지원 제도의 현주소를 짚고 개선 방안을 밝혔다. 홍 팀장은 “표준 모델 개발과 기업 컨설팅, 기업 담당자 연구 과정 등을 통해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다양한 재취업 우수 사례를 발굴해 전파하고 이를 사업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부희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과장은 정책 방향을 △더 오래 일하게 지원 △맞춤형 재취업·창업 지원 △작업장 내 세대 통합적 문화 조성 지원 △불합리한 연령 차별 요소 제거와 공정한 노동 시간 구축 등 네 가지로 제시했다. 김 과장은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늦춰지고 있어 정년 연장이나 계속 고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재고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라 이 부분의 지원을 늘려가면서 사회적 논의도 함께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령자 고용 현황에 대한 세부적인 정책 방향은 노사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11월 세부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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