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에도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상한제가 실행되면 가스와 원유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7일(현지 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 가스에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며 “극악무도한 전쟁의 재원으로 쓰이는 러시아의 에너지 관련 수입을 줄여야만 한다”고 밝혔다. EU 에너지장관들은 9일 긴급 회의에서 이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7차 동방경제포럼에서 “우리의 경제적 이익에 반한다면 가스·원유·석탄·휘발유 등 아무것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가격 상한제와 관련해 “멍청한 방안”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EU는 에너지장관회의에서 막대한 초과 이익을 얻고 있는 에너지 기업에 대한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 보도했다. 타깃은 가스 값 급등으로 덩달아 이익을 보고 있는 화석연료 업체와 풍력·원자력 등 저탄소 발전 업체들이다. 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전력 시장은 가스 가격이 오르면 전체 전력 가격도 인상되는 구조인데 가스를 발전원으로 사용하지 않는 전력 업체들이 이 점을 이용해 초과 이익을 거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 같은 논리를 들어 횡재세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다만 EU는 형평성을 위해 기록적인 이익을 낸 석유·가스 생산 업체에도 횡재세를 매기고 세수를 취약 가구에 분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EU는 전력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일견 모순되는 두 조치가 동시에 추진되는 것은 과거 선물 시장에서 전력을 매도했던 전력 업체들에 최근 마진콜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선물 시장에서 자산 가격이 오를 때 거래를 유지하려면 거래소에 추가 담보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최근 가스 가격이 급등해 전력 회사의 유동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유럽 전력 기업들이 직면한 마진콜 규모는 최소 1조 5000억 달러다. 스웨덴·핀란드는 6일 전력사들에 각각 230억 달러와 100억 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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