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에게 언어 및 신체적 폭력을 행사한 경우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를 처분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현행 제도로는 경비원 괴롭힘에 대한 처벌이 미흡해 ‘입주민 갑질’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8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시는 최근 국토부에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을 건의했다. 입주자와 입주자대표회의·관리주체 등이 경비원에게 폭언 및 폭행을 하거나 그 밖에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한 행위 등을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반해 경비원 등 근로자의 처우와 인권을 침해한 자에 대해서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도 건의 사항에 포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 시행령으로 경비원 괴롭힘을 금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지만 실제로 위반했을 때 어떻게 처벌할지에 대한 내용은 부족하다”며 “국토부에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이 개정되면 경비원에 대한 폭언·폭행 등에 대해 즉각 처벌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된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65조의 2는 경비원에 부당한 지시나 명령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을 뿐 폭언과 폭행에 대한 제재는 빠져 있다. 지난해 5월 시행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은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경비원 괴롭힘 금지, 피해자 보호 조치, 신고에 따른 불이익 금지 등을 반영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위반 시 지자체 시정명령을 거쳐 처벌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경비원 괴롭힘에 대한 처벌 강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비원 대상 폭언·폭행은 형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며 “여기에 더해 행정처분인 과태료 부과까지 가한다면 이중 처벌 금지 원칙에 반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진행위원장은 “형법상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려면 공공장소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외에 제3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입주민 개인이 경비원에게 가하는 폭언에 대해 처벌이 쉽지 않다”며 “입주자대표회의 등 관리주체에 대한 처벌 강화로 경비원 괴롭힘 근절을 위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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