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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임차인에게 철거·재건축 계획 고지…대법 "권리금 회수 방해에 해당 안 돼"

신규 임대차 계약 시 재건축 예정 사실 통보

기존 임차인 "권리금 회수 불가능하다"며 소송

대법원. 연합뉴스




건물주가 신규 임차인에게 계약 전 향후 건물 철거나 재건축을 고지해 기존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더라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3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관광호텔 건물 1층에 카페를 운영하기로 하고 2년 약정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당시 A씨는 기존에 있던 카페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권리금 1억1100만원을 지급했다. 계약 만료를 앞둔 2019년 1월 건물을 매입한 B사는 A씨에게 내용증명을 통해 건물 철거 및 신축 예정 사실을 통보했다. '2~3년 뒤에 해당 건물을 재건축할 예정으로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경우 보증금 및 월세를 각 5% 증액하되, 철거 및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가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기로 하자 B사는 신규 임차인에게도 동일한 내용을 고지하겠다는 통지했다. 그러자 A씨는 신규 임차인에게 철거·재건축 사실을 고지하기로 한 행위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건축 예정 사실을 고지할 경우 신규 임차인을 찾을 수 없어 사실상 신규 임대차 계약 체결을 거부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1심은 노후된 건물을 매수한 B사가 신규 임차인에게 재건축 계획을 알리는 행위는 허용해야 한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해당 건물은 1977년 사용승인이 이뤄진 노후 건축물이다. 반면, 2심은 "피고가 신규 임차인에게 재건축 예정 사실을 고지하겠다는 것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한 경우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철거·재건축 계획 및 그 시점을 고지했다는 사실 만으로 상가임대차법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은 "해당 건물은 원심의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사용승인일로부터 이미 45년이 경과했고, 피고의 고지 내용은 신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경우 ‘수년 내에 철거?재건축 계획이 있음을 구체적으로 알리겠다’는 기본 입장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사정을 들어 피고가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 가능기간을 짧게 특정해 고지하려는 확정적인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어 "원고는 피고에게 실제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거나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 관한 구체적인 인적사항 등의 정보를 제공한 적도 없다"며 "피고가 신규 임차인과 체결한 계약에 건물 전체의 철거·재건축 계획 및 공사시점, 소요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이상 고지 내용과 모순되는 정황이 드러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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