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더해지며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이 동시에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집값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경매시장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3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전년 동월 대비 9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요 위축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국 아파트값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크게 떨어져=11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9월 첫째 주(5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값은 지난주보다 0.17% 하락했다. 이는 부동산원이 주간 아파트 가격을 공표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7일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전국 아파트 값은 올해 5월 9일(-0.01%) 하락 전환한 뒤 낙폭이 확대되며 18주 연속 추락하고 있다.
잇단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다 추가 집값 하락 우려 및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돼 매수심리가 극심하게 위축되면서 집값을 끌어내리는 모습이다. 마포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매수 문의 전화는 현재 호가 중 최저가보다도 더 낮아지면 사겠다는 연락이 전부”라며 “매도자들은 다주택자 중과세도 유예 기간이 남아 있어 급하지 않다는 분위기이다 보니 IMF 때보다도 거래가 더 없다”고 말했다.
◇강남도 수억 원씩 빠진다=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소위 ‘똘똘한 한 채’로 불리던 서울 강남 일대 집값도 줄줄이 하락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 84㎡는 지난달 31일 20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기록한 신고가(27억 원)보다 6억 5000만 원이나 하락한 가격이다. 7월 체결된 매매가격(22억 5000만~23억 4000만 원)보다도 2억~3억 원 낮다.
강남구 도곡동의 ‘도곡렉슬’ 전용 134㎡는 지난달 2일 42억 3000만 원에 손바뀜돼 직전 거래(5월, 49억 4000만 원)보다 7억 1000만 원 하락했다. 역삼동에 있는 ‘개나리SK뷰’ 전용 84㎡도 지난달 1일 27억 원에 거래돼 지난해 8월(28억 원)보다 1억 원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15% 떨어져 9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신고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440건으로 전년 동월(4064건)의 9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등록 신고 기한(계약 후 30일 이내)이 남아 있지만 사상 최저 거래량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집값 선행지표도 하락세…침체 언제까지=집값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전세가격과 경매 낙찰가율도 모두 하락세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16% 내리며 전주에 이어 사상 최대 낙폭을 새로 썼다. 수도권(-0.20%→-0.21%)과 서울(-0.09%→-0.11%), 지방(-0.10%→-0.12%)을 가리지 않고 전세가격 하락 폭이 모두 커졌다.
아파트 경매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법원 경매 전문 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8월 경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85.9%로 전달(90.6%) 대비 4.7%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19년 9월(84.8%)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낙찰률도 41.5%로 전달 대비 1.8%포인트 하락했다. 평균 응찰자 수 또한 4월 8.0명을 기록한 후 4개월 연속 하락해 5.6명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추가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집값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국은행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요 위축이 계속돼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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