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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2000억 번 K-항암제, 국내 발매 1년만에 블록버스터 등극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유한양행 폐암 치료제 '렉라자' 상반기 매출 69억 원

기술수출로만 2000억 원 확보…글로벌 임상 결과도 기대감

렉라자 제품 사진. 사진 제공=유한양행




추석 연휴 기간 제약바이오업계에 반가운 소식이 있었죠, 국산 33호 신약 '롤론티스(성분명 에플라페그라스팀)'가 오랜 기다림 끝에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습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약이 FDA 허가관문을 넘은 6번째 사례인데요.

한미약품이 오랜만에 미국 의약품시장 진출 물꼬를 터주면서 대기 중인 FDA 신약 후보군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게 됐습니다. 현재 가장 유망한 후보는 지난해 1월 31번째 국산 신약으로 허가를 받은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거론됩니다. 렉라자는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 등 일명 1·2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티로신키나제억제제(TKI)를 복용하다 내성이 생긴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에게 처방되는 약입니다. 유한양행이 지난 2015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인 제노스코로부터 전임상 직전 단계의 후보물질을 도입해 자체 개발했죠.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렉라자는 올해 상반기 동안 69억 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1분기 32억 원에 이어 2분기 37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시장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단계입니다. 렉라자는 국내 발매 첫 해 41억 원의 매출을 냈습니다. 지난해 7월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격적으로 처방액이 발생하기 시작한지 만 1년도 되기 전에 누적 매출 100억 원을 넘긴 셈이죠. 현 추세를 지속한다면 발매 2년차에 연 매출 100억 원 돌파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렉라자는 '혁신신약(계열 내 최초 신약)'이 아닙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3세대 약물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이미 2016년 5월 국내 허가를 받고 판매 중이었거든요. 글로벌 기업이 개발한 신약보다 5년 가까이 허가가 늦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타그리소와 작용기전이 유사하지만 뇌혈관장벽(BBB) 침투력이 높아 뇌전이를 동반한 폐암 환자 대상으로도 우수한 효능을 나타내고 내약성이 뛰어나다는 장점 등을 갖춘 점이 성공 비결로 꼽히죠.



렉라자의 잠재력은 이미 어느 정도 입증된 상태입니다. 해외에서는 상업화되기도 전에 20배에 가까운 수익을 냈거든요.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11월 얀센과 기술수출 계약을 통해 계약금 5000만 달러를 확보했습니다. 얀센은 계약 체결 1년만에 곧장 렉라자의 임상 개발에 돌입했는데, 자체 개발 중이던 항체약물 '리브레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병용요법 관련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신약 가치가 극대화됐습니다. 이를 통해 이미 1억 달러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이 추가로 발생했죠. 1건의 기술수출로 총 1억 5000만 달러(약 2000억 원)를 벌어들인 겁니다. 얀센은 현재 렉라자 관련 다양한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인데요, 특히 2020년에는 타그리소와 렉라자를 직접 비교하는 3상 임상 시험에 착수하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타그리소에 내성이 생긴 환자 대상으로 렉라자와 진행 중인 임상시험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죠.

그와 별개로 유한양행은 렉라자 단독요법에 관한 LASER301 글로벌 3상임상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LASER301 결과는 머지 않아 공개된다고 하니 발표를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침체됐던 국산 신약 파이프라인들의 연구개발 성과가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기대해보면 어떨까요.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코너는 삶이 더 건강하고 즐거워지는 의약품 정보를 들려드립니다. 새로운 성분의 신약부터 신약과 동등한 효능·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한 제네릭의약품(복제약)에 이르기까지 매년 수없이 많은 의약품이 등장합니다. 과자 하나를 살 때도 성분을 따지게 되는 요즘, 내가 먹는 약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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