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나선다. 건설 장비 대여 업체가 시공까지 담당하는 등 건설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불법 하도급을 뿌리 뽑아 부실시공 우려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행정처분 대상자인 건설사가 재량으로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 처분을 선택할 수 없도록 처벌 기준을 강화한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달 중순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이번 하위법령 개정은 올해 1월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현행 규정상의 미비점 등을 개선·보완하기 위해 추진됐다.
우선 건설기계 임대사업자 등 장비 업체가 건설업을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장비 임대·공급 업무의 범위를 명확히 한다. 해당 업무는 시공에 필요한 기계를 대여 또는 단순 공급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장비 업체가 건설근로자를 고용해 각종 공사를 수행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반한 사업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등록 업체인 장비 업체가 건설공사를 시공하는 등 불법적인 건설기계 계약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 당시 콘크리트 운반에 필요한 펌프카 대여 업체인 A사가 콘크리트 타설 업무까지 맡으면서 불법 하도급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당초 원도급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전문건설 업체인 B사와 콘크리트 타설 업무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B사와 장비 대여 계약을 맺은 A사가 콘크리트 운반과 콘크리트 타설까지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성이 결여된 무등록 업체를 통해 시공 작업이 이뤄지면서 사고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이러한 불법 하도급 의심 현장에 대한 사전 적발을 위해 장비 임대차 표준계약서 사용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한다. 건설산업정보망(키스콘)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공사 대장에 표준계약서 사용 여부와 미사용 시 대여 방법 등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은 계약에 대해서는 단순 건설기계 대여뿐 아니라 시공까지 제공한 것으로 의심하고 실태조사 등을 통해 불법 하도급 여부를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건설사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 실효성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행법 시행령은 부실시공을 제외한 위반 사항에 관해 건설사가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 중 선택할 수 있도록 재량을 부여하고 있다. 즉 처분권자인 지자체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더라도 건설사 의지에 따라 과징금 처분으로 회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둔 것이다. 실제 서울시는 4월 현대산업개발에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에 따라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내렸지만 현대산업개발 측의 요청으로 ‘과징금 4억 원’ 부과로 변경하면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에 국토부는 과징금 부과 처분은 영업정지로 인해 이용자 및 일반국민에게 불편을 주거나 그 밖에 공익을 해칠 우려가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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