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폭이 9월을 정점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역사적인 강세를 보이는 달러 가치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4주 만에 처음 하락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여러 경제 여건상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상황이다.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8.84로 6일 110.21까지 올랐던 것에 비해 후퇴했다. 9일 현재 주간 기준으로는 0.48% 하락해 4주 만에 첫 하락세를 나타냈다. 세부적으로 달러·유로 환율은 6일 0.9909달러까지 하락(달러 강세, 유로 약세)하고 장중 0.98달러대까지 내렸지만 12일 1.0078달러로 1달러대를 회복했다. 엔·달러 환율도 7일 144.30엔까지 올라(엔화 약세) 약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9일 142엔까지 하락한 후 12일에는 143엔대에서 거래됐다. 역외시장에서 위안·달러 환율은 7일 6.9711위안까지 올랐지만(위안화 약세)12일 6.9455위안대로 진정됐다. 달러·파운드 환율은 8일 1.1482달러까지 내려 37년래 최저치를 기록한 후 12일 1.1609달러로 소폭 반등했다.
가장 큰 이유는 ECB의 긴축이다. ECB는 8일(현지 시간)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예금금리를 0%에서 0.75%로 올리며 2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금리가 물가 상승률을 2%로 낮추기에는 여전히 낮다”며 향후 두세 번의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로이터는 복수의 ECB 소식통을 인용해 “ECB 정책 입안자들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더라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2% 혹은 그 이상으로 올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유로화 가치가 반등하며 달러 약세로 연결됐다. 그동안의 달러 가치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도 달러인덱스를 끌어내렸다. 그레그 앤더슨 BMO캐피털 외환 부문 대표는 “시장은 역사적인 수준까지 올라간 달러화 가치에 다소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달러가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상황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겨울철 유럽에 전력난이 발생하고 이는 유럽의 경기 침체 및 유로화 약세로 연결될 수 있다. 조너선 피터슨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가 둔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높은 실질금리 등으로 달러 강세에 우호적인 환경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존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가 안 좋은 가운데 미국만 선방을 해 달러를 사려는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양적 긴축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달러 가치의 극적인 반전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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