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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덕 기자의 LawStory]‘성역 없다’ 이원석…정치중립성 시험대 놓인 檢

신임 총장 “증거·법리 따라 검찰권 행사” 주문

‘법불아귀’ 인용…檢 버팀목·바람막이도 자청

전 정권·야권 수사와 김건희 관련 수사 온도차

野 보복 수사·탄압 등 반발…정치적 논란 일어

도이치모터스 의혹 사건 ‘계륵’ 전락 지적까지

검찰 직접 수사권 사이 둔 논란도 난제로 꼽혀

이원석 신임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45대 검찰총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석(사법연수원 27기) 검찰총장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넉 달 만에 취임했으나 과제만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검찰은 현재 문재인 정부는 물론 야당을 겨냥한 각종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게다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으로 있을 수 있는 혼란도 최소화해야 한다. 이 총장이 수사 지휘에서 배제되어 있기는 하나,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가 ‘마침표’를 찍지 못한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 총장이 취임 이후 ‘검찰의 정치 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증거·법리에 따른 검찰권 행사=이 총장이 16일 취임 일성으로 꼽은 건 ‘성역 없는 수사’다. 그는 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법 집행에는 예외도, 혜택도, 성역도 있을 수 없고 검찰권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앞으로 수사 역량을 집중할 수사 부문으로는 ▲민생 침해 범죄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금융증권범죄 ▲구조적 비리 범죄 등을 제시했다. 특히 한비자의 고사성어 ‘법불아귀(法不阿貴)’와 ‘승불요곡(繩不撓曲)’을 인용해 검찰 수사의 절제와 원칙을 강조했다.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는 말로 검찰 구성원들에게 성역 없는 법 집행과 증거·법리에 따른 검찰권 행사를 주문한 셈이다. 또 “국민의 생명·신체·안전·재산 등 기본권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우리 공통체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검찰의 존재 이유”라며 검찰총장으로서, 정의와 공정에 대한 검찰 구성원들의 뜻이 실현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자 바람막이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이 총장이 정치라는 거대 권력의 소용돌이 앞에서 검찰 수사의 중립·독립성을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다짐으로 풀이된다.

16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도 성남시 성남FC 클럽하우스 모습.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유민종 부장검사)는 16일 두산건설과 성남FC, 성남시청 등 20여 곳에 수사관 등을 보내 압수 수색을 벌였다. 성남=연합뉴스


◇전 정권·野 수사 vs 김건희 수사=문제는 현 검찰 수사를 두고 이미 ‘야권 탄압·보복 수사다’거나 ‘검찰이 현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현재 ▲서해 공무원 피살 ▲북한 어민 강제 북송 ▲산업부 블랙리스트 ▲월성 원전 조기 폐쇄 등 전 정권을 겨냥한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이다. 또 야당 반발 속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계가 있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시민프로축구단(FC) 후원금 의혹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관련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사건은 수사가 제자리 걸음만 거듭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주범들이 지난해 말 기소됐으나 김 여사는 조사조차 받지 않을 정도다. 이 총장이 해당 사건 수사지휘에서 배제돼 있기는 하나 이들 사건 수사가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정치 중립·독립성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이 총장이 후보자 시절 수 차례 밝힌 만큼 한동훈(27기)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지휘권 복원’을 요구할 수 있으나 이는 이른바 ‘검·검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만약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되찾더라도 향후 기소 여부 결정 등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총장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가 검찰 수장으로 첫발을 내디딘 이 총장에게 있어 자칫 ‘계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檢 직접 수사 사이 둔 갈등…확대냐, 복합이냐=검찰 직접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살아 있다는 점도 이 총장에게 있어 난제다.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검수완박법(개정 검찰청·형사소송법)은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대상을 기존 6대(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범죄)에서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 범죄로 축소했다. 하지만 최근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으로 수사 범위를 다시 확대하면서 민주당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국회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가동되며 추가 법안 개정을 통해 시행령을 다시 무력화하거나 검찰의 ‘2대 범죄’ 수사권을 더 축소시킬 가능성도 있다. 또 한 장관과 김선화 대검 공판송무부장 등이 청구인으로 검수완박 법안의 입법 과정과 내용의 위헌성을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이 오는 27일 열린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총장은 현재 진행 중인 각종 사건 수사와 함께 검수완박법 시행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며 “앞으로 있을 국회 움직임은 물론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헌재 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권 범위에 대한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취임 이후 한동안 이들 부분에 집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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