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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피해자 살릴 기회 네번 놓쳤다”…안일한 대처 논란

사법당국 안일한 대처 논란

①경찰에 고소했지만 영장 기각

②두번째 고소…영장 청구 안해

③피의자 재판 병합…구속 없어

④징역9년 구형에도 불구속재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전 모 씨가 1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성 역무원 살해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전 씨의 스토킹이 살인으로 이어지기까지 사법적 제동 장치가 작동할 기회가 네 차례나 있었지만 모두 놓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월 전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이후에도 피해자·가해자 간 분리 조치가 이뤄질 수 있었던 기회가 추가적으로 있었음에도 사법 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비극적인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①2021년 10월7일-불법 촬영·협박 혐의로 전 씨 경찰에 고소

피해자는 2019년부터 피의자 전 씨로부터 “만나달라”는 연락을 350여 차례나 받는 등 지속적인 스토킹에 시달렸다. 피해자의 신고로 경찰은 전 씨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경고를 여러 차례 보냈다. 그러자 전 씨는 되레 피해자에게 불법 촬영한 영상물을 보내며 협박했고 피해자는 전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전 씨를 긴급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서부지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토킹처벌법은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시행돼 당시에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접근 금지 명령을 법원에 민사 재판으로 요청해야 했다. 경찰은 대신 신변보호 112시스템에 한 달 동안 등록했지만 접근 금지 등 잠정조치나 스마트워치 지급 등 다른 조치는 피해자가 원치 않아 이뤄지지 않았다.

②2022년 1월27일-성폭력처벌법 및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차 고소

전 씨는 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피해자를 상대로 연락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는 올해 1월 전 씨를 재차 고소했다. 경찰은 스토킹처벌법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지만 이번에는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피해자 신변보호 조치도 없었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김병찬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면서 경찰은 지난해 말 신변보호 강화 대책을 내놨다. 스토킹 가해자의 위험도를 평가해 맞춤형으로 신변보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잠정조치 4호(유치장 구금) 실행 전 안전 공백을 보완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신변보호 조치 등을 안내했으나 원하지 않는다고 해 범죄 위험성 평가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피해자가 보호를 원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가해자의 위치나 동선은 파악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③2022년 7월19일-전 씨에 대한 고소 2건 서울서부지법서 병합

두 차례 고소 건으로 올해 2월과 6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전 씨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다른 혐의로 진행되던 두 재판은 올 7월 하나의 재판으로 병합됐다. 전 씨는 첫 고소에서 불법 촬영 혐의로 고소됐지만 그 이전부터 350여 차례 연락한 점을 고려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와 같은 쟁점으로 다뤄야 한다고 사법 당국이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시점이 전 씨를 구속할 수 있었던 또 한 번의 중요한 기로였다고 지적한다. 승 위원은 “사건을 병합했다는 것은 피해자가 불법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뿐만 아니라 연락·괴롭힘 등 스토킹 범죄에 시달리고 있었음을 사법 당국이 인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담당 검찰과 재판부의 대처가 안일했다”고 꼬집었다.

④2022년 8월18일-최종 변론 기일 검찰 징역 9년 구형

전 씨는 결국 지난달 18일 징역 9년을 구형받는다. 전문가들은 징역 9년을 구형받는 사건 재판이 불구속으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지적한다. 승 위원은 “징역 9년 구형을 받은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에서 가질 수 있는 심리는 도주하거나 피해자를 협박·회유 또는 보복하는 것 중 하나였을 것"이라면서 “전 씨가 예전부터 협박을 가했다는 걸 감안하면 결국 보복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길을 사법 당국이 터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징역 9년형은 중범죄에 해당된다"면서 "늦었지만 이때라도 구속시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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