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곤란이 갈수록 심해져 한림대성심병원 순환기내과를 찾은 반영수 씨(80가명). 중증 승모판역류증 진단을 받았다. 승모판역류증은 심장 내에서 좌심실과 좌심방 사이에 위치하는 승모판막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좌심실에서 심방 내부로 혈액이 역류하는 질환이다. 역류과정에서 호흡곤란·피로감·부종·식욕감소·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를 내버려 두면 좌심실에 부담이 커지는 반면 전신으로 뿜어내는 혈액량은 줄어들어 심부전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 씨의 경우 역류 정도가 심해 즉각 심장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고령인 데다 과거 뇌졸중을 앓은 병력이 있고 심방세동, 고혈압 등 동반질환이 많아 흉벽을 절개하는 개흉수술을 받기엔 부담이 컸다.
하트팀(고윤석·김성애·김현숙·홍지연 교수)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은 반 씨에게 마이트라클립(Mitraclip) 시술을 시행하자는 것. 한림대성심병원은 반 씨가 고령에 복합질환을 가진 고위험군 환자임에도 지난 6월 28일 마이트라클립을 사용한 ‘경피적 경도관 승모판재건술(Percutaneous Transcatheter Mitral Valve Repair with Clip)'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퇴원했다고 21일 밝혔다.
마이트라클립은 허벅지 대퇴정맥에 관을 넣어 심장 내부에 도달시킨 다음 문제가 생긴 승모판을 동전보다 작은 크기의 클립으로 고정하는 시술이다. 승모판막을 구성하는 두 개의 판 사이를 클립으로 집어서 판막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생기는 빈틈을 없애 혈액 역류를 감소시키는 원리인데, 심장이미징·중재시술·마취 팀 간 긴밀한 소통이 이뤄져야만 성공적인 시술이 가능하다. 하트팀은 최소침습으로 반 씨의 사타구니 정맥에 가느다란 관을 넣어 심장 내부에 도달시킨 다음, 3차원(3D) 경식도초음파를 통해 클립의 정확한 위치와 승모판의 해부학적 구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벌어진 승모판에 클립을 장착했다. 성공적으로 시술을 받은 반 씨는 건강을 되찾아 퇴원했고, 최근 외래진료에서 승모판역류증에 의한 호흡곤란 증상이 확연히 호전됐음을 확인한 상태다.
마이트라클립시술은 개흉을 하지 않아 심장을 일시적으로 멈출 필요가 없다. 환자 입장에서는 체력적인 부담이 적고, 시술 후 1주 이내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기간이 빠르다는 장점을 갖는다. 특히 수술 위험 부담이 큰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으로 꼽힌다. 이미 미국·유럽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마이트라클립 시술을 활발하게 시행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신의료기술로 승인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데다가 환자에 따라 3~4시간 정도 걸리는 고난도 시술이라 숙련된 의료진과 시스템이 갖춰진 일부 병원에서만 가능하다. 한림대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는 최첨단 디지털 스마트 시스템을 구축한 하이브리드 수술센터를 갖추고 원스톱 24시간 타비(TAVI) 시술팀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경동맥을 통한 ‘경피적 대동맥 판막치환술(TAVI) 시술’을 시행하는 등 고난도 시술 측면에서 전문성을 인정 받고 있다.
고윤석 교수는 “마이트라클립시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 장기 예후가 수술과 비슷할 정도로 우수하다”며 “수술이 불가능한 고위험군 환자나 심부전에 의한 이차성 승모판 역류는 수술적 치료가 적응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마이트라클립 시술이 훌륭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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