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반도체를 비롯해 우위를 갖고 있는 기술들이 많습니다. (양자 컴퓨터 상용화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습니다.”
양자컴퓨터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김정상 듀크대 교수(아이온큐 창업자)가 21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에서 열린 '한·미 양자기술협력센터’ 개소식에서 기자와 만나 양자 컴퓨터 상용화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며 이 같이 말했다.
양자 컴퓨터란 전통적인 컴퓨터가 가진 0과 1의 이진법 세계를 무너뜨린 ‘초능력 컴퓨터’로 활용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김 교수가 창업한 양자 컴퓨팅 관련 하드웨어 스타트업 '아이온큐'는 삼성전자, 구글, 아마존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현대차와도 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스팩(SPAC)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김 교수는 이날 양자 컴퓨터의 상용화 시기를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는 없다면서도 사업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불과 5년 전 만해도 양자 컴퓨터는 연구실 안에 있었으나, 지금은 많은 회사들이 진지하게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어떻게 보면 상용화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주 권역 양자기술 협력 거점인 한·미 양자기술 협력센터를 워싱턴DC에 열었다.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설치된 협력센터는 국내 산학연이 해외 우수 연구개발 기관과 긴밀히 협업할 수 있게 전주기·전방위 지원하는 양자기술협력 사업의 일환이다. 내년에는 유럽권역에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지금 현대차와 함께 일을 하고 있는데 전기차 시대로 전환한 이후 배터리의 경쟁력은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양자 컴퓨터를 활용해 배터리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그게 바로 상용화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양자컴퓨터가 인터넷이나 SNS처럼 글로벌 기업들의 판도를 순식간에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내다 봤다. 그는 “큰 변혁이 올 때는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확 바뀐다”며 “그런 혁신 속에서 우위를 어떻게 가져갈 지에 대한 전략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양자컴퓨터 기술이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 유럽, 중국 등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한국의 우수한 연구 인력과 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는 “양자컴퓨터라는 기술이 가능해졌을 때 그것으로 어떻게 비즈니스적 임팩트를 주는 방법을 찾아낼 지, 어떻게 활용해서 생산적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면서 “그런 면에서 한국 기업들은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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