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사건 적체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난민소송이 늘면서 행정소송 처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난민법상 자격이 없는 외국인의 난민신청을 가려내고 ‘묻지마식’ 난민소송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2016년 3만6799건이었던 행정소송 접수 건수는 5년 연속 증가해 2021년 4만2076건을 기록했다. 반면 처리 건수는 2020년 1만8868건에서 2021년 1만7064건으로 감소하는 등 접수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법원에서는 난민소송이 늘면서 행정사건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난민신청을 했다가 불인정 결정을 받은 외국인들이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고 3심까지 끌고가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대법원 사법연감을 보면 2015년 행정소송 접수 건수 중 난민사건 비중이 1~3심 모두 7% 내외에 그쳤지만 2020년에는 1심 12.1%, 2심 18.8%, 3심 23.5%로 상급심으로 올라갈수록 급증했다. 외국인은 주거지를 자주 옮기기 때문에 공시송달(재판 당사자가 재판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에 게재해 관련 문서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이 많아 재판 진행도 느리다.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요즘 처리하는 행정소송 중 난민사건 비중이 40%쯤 되는데 불복 이유를 보면 단지 ‘한국에 살고 싶다’, ‘남편이 무섭다’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1심에 불복한 난민사건 100건 중 한 두건만 뒤집히고 나머지는 다 기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난민법을 악용해 허위로 난민신청을 하거나 ‘시간끌기’ 소송을 벌이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점이다. 난민법상 인종·종교·신분상 이유로 박해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정부가 난민으로 인정하는데, 이러한 기준에서 벗어나는데도 난민신청을 하고 행정소송을 낸다는 것이다. 난민법상 난민소송 중인 외국인은 추방할 수 없기 때문에 3심까지 가면 2년~5년씩 체류시간을 벌 수 있다. 대법원에서 기각되더라도 다시 난민신청을 하고 불인정시 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난민법 허점은 외국인 뿐만 아니라 내국인들에게도 악용되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는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뒤 장기체류를 위해 허위로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 63명과 이를 알선한 브로커 4명이 적발됐다.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들 사이에 난민소송 메뉴얼이 족보처럼 공유되고 소규모 로펌 중에는 난민사건을 집중적으로 수임하는 곳도 적지 않다.
난민심사 제도가 체류 연장 수단으로 악용되자 법무부는 지난해말 난민불인정 결정을 받은 외국인이 다시 심사를 신청할 경우 적격심사를 의무화하도록 난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9개월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난민소송 자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심사를 강화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