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팀은 이번에도 미국팀의 세리머니를 씁쓸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미국팀은 프레지던츠컵 트로피를 술잔 삼아 샴페인을 부어 마시며 대회 9연승을 자축했다. 하지만 인터내셔널팀 12명 중 4명의 한국 선수들은 씁쓸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객관적 전력 열세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세계적인 대회에서 쏠쏠한 역할을 해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 때문이다.
26일(한국 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퀘일할로클럽에서 열린 미국과 인터내셔널(유럽 제외) 팀의 남자 골프 대항전 프레지던츠컵 마지막 날 싱글 매치. 팀원 12명의 세계 랭킹 평균이 48.9위인 인터내셔널팀은 평균 11.6위의 미국팀에 상대가 안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인터내셔널팀은 5승 1무 6패로 미국팀과 대등하게 맞섰다. 앞선 포섬(번갈아 치기), 포볼(각자 볼 치기) 전적을 더한 나흘 대회의 최종 승점 합계는 17.5점 대 12.5점으로 미국팀의 승리. 인터내셔널팀은 최근 9연패를 더해 역대 전적 1승 1무 12패의 절대 열세를 이어갔지만 셋째 날 5승 3패에 이어 싱글 매치에서도 희망을 발견하며 2024년 캐나다 대회를 기약했다.
이날 인터내셔널팀 소속 한국 선수 ‘K4’는 팀의 5승 중 3승을 책임졌다. 김시우(27)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15승의 저스틴 토머스를 1홀 차로 눌렀고 임성재(24)는 올해 디 오픈 준우승자 캐머런 영을 역시 1홀 차로 이겼다. 이경훈(31)은 2014년 페덱스컵 챔피언 빌리 호셜을 3홀 차로 꺾었으며 이번 대회 최연소 참가자 김주형(20)은 1홀 차로 지기는 했지만 올해만 PGA 투어 2승을 올린 상승세의 맥스 호마를 맞아 경기 중반 3홀 차 리드를 잡는 등 매운맛을 보여줬다.
전날 김주형이 포섬과 포볼에서 2승을 책임지면서 모자를 벗어던지는 격한 세리머니로 눈길을 끈 데 이어 이날 싱글 매치에서는 김시우가 팀의 ‘하이라이트 필름’을 장식했다. 15번 홀에서 까다로운 파 퍼트에 성공한 뒤 김시우는 입에 검지를 갖다 대는 ‘쉿 세리머니’로 안방의 미국팀 팬들을 향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후 18번 홀 4m 버디 성공 뒤 토머스의 버디 실패로 승리를 결정지었다. 김시우는 “토머스에게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매치플레이에서 크게 진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복수에 성공했다. 특별한 승리”라며 “15번 홀에서 토머스가 먼저 내 쪽으로 주먹을 뻗는 세리머니를 했다. 나도 뭔가 해야 했고 퍼트 성공 뒤 그 동작으로 스스로 더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김시우는 단장 추천으로 막차를 탔는데 3승 1패로 인터내셔널팀 멤버 중 최고 성적을 냈다. 12명 중 유일하게 3승을 책임졌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김시우에게 A학점을 줬다. 2승 3패의 김주형에게는 A+를 매겼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프레지던츠컵 역사에 새 전기를 열어젖혔다”는 평가가 따랐다. 2승 1패의 이경훈과 2승 1무 2패의 임성재는 나란히 B를 받았다. 인터내셔널팀 단장 트레버 이멀먼은 경기 후 김주형과 포옹하며 “네가 진짜 챔피언”이라고 거듭 강조했고 미국팀 케빈 키스너는 이경훈과 악수하며 “네가 최고 미남”이라고 치켜세웠다. 미국팀에서는 5승의 조던 스피스와 4승의 호마, 4승 1패의 토머스가 수훈갑으로 꼽혔다.
지난 시즌 PGA 투어에서 역대 최다인 3승을 합작한 코리안 브러더스는 이번 프레지던츠컵을 통해 ‘코리안 신스틸러’들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들은 한 주 휴식 뒤 2022~2023시즌에 본격 돌입하는데 10월 6일 개막하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은 마침 임성재가 디펜딩 챔피언인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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