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사건의 수사기록을 분실하자 위조해 사건을 접수시킨 전직 검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23일 윤모 전 검사를 사문서위조, 공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피해자 진술권을 보장하는 게 검찰의 기본 사명인데 고소인과 나아가 국민을 기망한 행위다”라고 강조했다.
윤 전 검사는 부산지검 검사 재직 시절인 2015년 12월 고소사건 기록이 분실되자 고소인이 이전에 제출한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해 바꿔 끼워 넣은 혐의(사문서위조)를 받는다. 또 이 과정에서 검찰수사관 명의의 수사보고서에 직접 허위 내용을 입력해 출력한 다음 수사 기록에 바꿔 편철한 혐의(공문서위조)도 적용됐다. 윤 전 검사는 정상적인 서류가 접수된 것처럼 보이게 할 목적으로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7월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가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신고를 하면서 시작됐다. 임 부장검사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 차장,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 등이 윤 전 검사의 고소장 위조 사실을 적발하고도 별다른 징계 조치 없이 사표를 수리하는 등 사건을 무마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했다. 공수처는 같은 해 9월 권익위의 수사의뢰로 진상규명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올해 5월 부산지검을 압수수색한 뒤 윤 전 검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불응하자 7월과 9월 두 차례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법원은 “수사를 통해 상당 부분 증거가 확보됐고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피고인을 소환 조사해 피소 혐의에 대한 해명 및 방어를 위한 진술 기회를 주려 했다”며 “피고인의 지속적인 출석 불응과 이에 따른 체포영장 청구에도 법원이 거듭 기각한 점 등을 고려해 현재까지 수사를 통해 충분히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전 검사의 위조공문서행사, 위조사문서행사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앞서 윤 전 검사는 당시 고소장 표지를 위조한 혐의(공문서위조)로도 검찰에 기소돼 올해 3월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를 확정받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피고인의 위조문서행사와 위계공무집행방해에 대한 혐의는 인정된다”면서도 “부산지검에서 종전에 기소해 판결(선고유예)이 확정된 범죄사실과 동일한 일시와 장소에서 동일한 기회에 별개의 위조된 문서를 한꺼번에 행사한 것이고, 위조된 서류의 제출로 공무집행이 방해된 사실도 상상적경합 관계에 있어 확정판결의 효력으로 인해 불기소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수처는 이 사건 관련 무마 의혹을 받는 김 전 총장 등 전직 검찰 지휘부 등에 대한 수사는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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