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가 미국·유럽을 넘어서 중동까지 영토 확장을 넘본다. K컬처 성장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탈석유 기조·문화 개방 등이 맞물린 결과다.
30일(현지시간)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의 최대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불러바드 리야드 시티에서는 CJ ENM의 K컬처 페스티벌 ‘케이콘 2022 사우디 아라비아’가 열린다. 케이콘은 2016년 아부다비에서 8000명 규모로 하루 동안 열린 바 있으나, 사우디에서 열리는 것은 최초다. 이번 공연은 1만 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이틀 간 열려 규모가 두 배 넘게 커졌다. 지난 6월 CJ ENM은 사우디 문화부와 문화교류 MOU도 체결했다.
이번 공연은 비·선미·효린 등 경력 있는 아이돌부터 뉴진스·스테이씨 등 4세대 아이돌까지 출연해 중동 팬들의 K컬처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해 줄 예정이다. 또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OST 무대들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사우디 등 중동에서는 K컬처 열기가 뜨겁다. 6월에도 ‘사랑해 KSA 제다 K팝 페스티벌 2022’가 사흘 간 열렸다. 넷플릭스 ‘수리남’은 사우디·UAE에서 1위고, 바레인·쿠웨이트·요르단·카타르 등 타 국가에서도 톱10에 올라 있다.
SM엔터테인먼트도 중동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2019년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도시 건설 사업의 어드바이저로 추대된 이래, 지속적으로 중동과 협력 중이다. 3월 리야드를 방문해 정부 부처 인사와 만나 현지 진출·메타버스 신사업 등에 대해 논의했다. 8월에는 사우디 투자부와 MOU를 체결하고 메타버스·도시 건설 등 사업 추진을 본격화했다. 사우디 주요 인사들도 SM 사옥에 계속해 방문 중이다. 이 프로듀서는 사우디 뿐 아니라 UAE 장관과도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사우디는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로, 음악 등 대중문화를 터부시해 온 국가였다. 그러나 2017년 빈 살만 왕세자 집권 후 기조가 바뀌기 시작했다. 석유 산업에 집중된 산업구조 재편을 위해 문화·관광 등을 육성하는 ‘비전 2030’을 발표했고, 협력 국가로 한국을 선정했다.
문화에 대한 개방도도 올라가고 있다. 2017년 콘서트의 남녀 혼석 관람이 처음으로 허용된 데 이어, 2019년에는 사우디를 글로벌 10대 엔터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여성 가수의 콘서트에 남성들의 입장도 허용됐다. 올해 6월에는 에버글로우가 사우디 최초로 걸그룹 공연을 펼쳤다.
K컬처 인기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블랙핑크 월드투어가 내년 리야드와 아부다비에서 열린다. 현지 언론은 “고유의 전통과 관습을 중시한다는 점이 중동 문화와 K컬처의 공통점”이라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특히 중동 인구의 60% 이상이 30대 이하인데, 중동에는 이들을 위한 콘텐츠가 거의 없다.
투자 기회도 확대된다. 20일(현지시간) 이영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뉴욕에서 “사우디가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 내년 투자 유치 행사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6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빈 파르한 사우디 문화부 장관과 만나 문화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11월에는 빈 살만 왕세자의 협력 확대를 위한 방한도 예정돼 있다.
서울의 44배 크기·700조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진 스마트 시티 ‘네옴’에 구축될 콘텐츠 제작 시설도 주목할 만 하다. 네옴 미디어 빌리지와 바즈다 데저트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콘텐츠에는 40% 이상의 현금 리베이트 인센티브가 주어져 제작사들이 관심을 가질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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