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뇌사 장기 기증률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이식 성공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장기이식을 할 수 있는 환자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데다 뛰어난 의료진이 이식 성공률을 높이고 있는 것입니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4만 명, 하루 평균 7명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가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정영기(사진)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장은 2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장기 기증률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인식만 개선된다면 보다 많은 이들이 생명을 얻을 수 있으며 장기 기증은 생명 나눔이고 이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가장 고귀한 나눔의 실천”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뇌사 기증율(인구 100만 명당 기증자)은 8.56인 데 반해 미국은 41.88, 스페인은 40.20, 영국은 20.12, 독일은 11.22다. 또 지난해 진행한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장기 기증을 주저하는 이유로 ‘신체 훼손에 대한 거부감’이 36.5%로 가장 많았고 ‘막연한 두려움’이 26.8%, ‘절차 이외의 정보 부족’이 19%로 그 뒤를 이었다.
정 원장은 실제로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 개선이 장기 기증 희망자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감소했던 장기 기증 희망자 등록이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비롯해 예능 프로그램에서 관련 에피소드 등이 다뤄진 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실제 ‘슬기로운 의사생활’ 중 장기 기증 에피소드가 다뤄진 2021년 7월 1일 이후 6주 동안 기증 희망 등록자가 전년 동기(5576명) 대비 3배나 증가한 1만 6231명에 달했다. 또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생명을 구했던 사연 역시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정 원장 역시 장기 기증 희망자 등록을 했다. 그는 “직업병인지 모르겠지만 지인들에게 장기 기증에 대해 설명하고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권유하고 있다”며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한 후에는 보다 건강한 장기를 기증하기 위해 건강을 더욱 챙기는 장점도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뇌사 장기 기증률은 선진국에 비해서 낮은 수준이지만 이식 성공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장기 기증 가능 환자가 발생할 경우 전국 각지에서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비행기와 KTX 등 교통수단이 일제히 협조를 하는 데다 최고 수준의 장기이식 의료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뇌사 판정이 내려지고 장기 기증이 결정된 후 절차들은 긴박하게 진행된다. 뇌사 판정을 받은 후 장기 손상이 빠르게 진행돼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는 “뇌사자의 장기 기증이 결정되면 위원회를 즉시 열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이식 대상자를 선발한다”며 “언제 장기이식을 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364일 24시간 대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뇌사 판정을 받으면 2~3일 이내에 대부분 사망하는데 빨리 장기를 적출해야 건강한 장기를 이식할 수 있다”며 “장기는 한 번에 적출해야 하기 때문에 한 병원에 모여서 적출을 하고 수술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장기이식이 결정된 후에도 변수는 있다. 장기를 적출했지만 이식할 수 없는 상태를 비롯해 다양한 상황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주도 환자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도 소개했다. 그는 “뇌출혈로 뇌사 판정을 받은 36세 여성의 췌장과 심장을 이식받을 환자를 선정했는데 막상 적출을 해보니 췌장은 이식할 수 없어서 장기 하나만 이식받을 환자를 다시 선정해야 했다”며 “이런 변수나 돌발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초긴장 상태를 유지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 원장은 장기 기증이 소중한 생명 나눔이라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망설이고 있는 이들에게 “장기 기증 희망자 등록은 생각보다 절차가 간단하다”며 “장기 기증 이후 시신 복원이나 장례 서비스, 행정 처리에 동행하고 있으며 540만 원가량의 장례 비용도 지원하고 유가족을 위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니 소중한 생명 나눔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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