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감세안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영국에서 주택시장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현재 2.25%에서 내년 6%를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주요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줄줄이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2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영국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소형대출업체인 켄싱턴, 어코드모기지, 호지 등이 주담대 취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26일에는 영국 최대 주담대 취급업체 로이드뱅킹그룹이 일부 주담대 취급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버진머니 역시 일시적으로 신규 고객에 대한 주택대출을 중단한다고 전했다. 이 외에 HSBC는 27일 오후 "이날 남은 시간 중 신규 주담대 취급을 하지 않는다"고 공지했고 산탄데르 역시 일부 상품을 중단하고 기존 상품의 금리를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는 새롭게 취임한 리즈 트러스 정부가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은 것의 후폭풍이다. 시중에 돈을 푸는 효과를 발휘하는 이 정책으로 영란은행(BOE)이 금리를 대폭 올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에 영국 국채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영국 경제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는 것도 국채금리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국채 금리 상승은 곧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주택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담보 가치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서둘러 신규 주담대를 중단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BOE가 현재 2.25%인 기준금리를 다음달 통화정책회의에서 3.5%로 1.25%포인트나 올릴 것으로 보고 있고 내년에는 6%가 넘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앤드류 위셔트는 "영국 기준금리가 6.1%가 되면 모기지 금리는 지난달의 3.6%에서 내년에 6.6%까지 올라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동안의 ‘역대급’ 돈풀기로 영국인들이 지고 있는 빚이 금융위기 때보다 많다는 것이다. 이에 주택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경고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경기침체가 결합해 부동산 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주택 가격이 10~15%는 쉽게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컨설팅업체 빌트플레이스의 닐 허드슨도 "시장이 붕괴할지 확신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적어도 지난 10년 중에서는 위험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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