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작가에게는 책이 출판돼서 독자가 읽을 수 있느냐 보다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제6회 이호철 통일로문학상’ 본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중국 작가 옌롄커(사진)는 2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소설이 중국 본토에서 대부분 금서로 지정된 대해 “대만·홍콩에서는 출판되고 있어 (간접적으로) 대륙 독자들과 교류가 가능하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부 작품은 중국에서 출판되고 있고 외부에서 보는 것만큼은 경직되지 않아 자유롭지는 않더라도 작가가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서울 은평구에서 50여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해온 통일문학의 대표 문인인 고(故) 이호철 작가를 기리기 위해 2017년 은평구가 제정한 문학상이다. 옌 작가는 국가와 체제의 폭력에 저항해 인류의 기본·보편적인 가치를 창작의 주요 기제로 삼아 어떤 제재와 불이익에도 굴하지 않는 작가 정신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수상작인 ‘사서(四書)’는 중국 문화혁명 시절 공산당 전체주의의 폭력성이 개인 주체의 개별성을 어떻게 완벽하게 무너뜨렸는지 장중한 서사를 통해 그려내면서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려는 작가의 노력을 담았다. 옌 작가는 ‘사서’에 대해 “대약진·대기근 등 주제 측면보다는 언어·구조·서술 등에서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많이 했다는 측면에서 저에게는 중요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 집권 하에서 중국 정치를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는 “도저히 답변할 수 없는 질문”이라며 “내년이면 65세가 된다. 창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압박감은 상상하기도 힘들 것”이라며 “누가 국가주석이 되는지 보다 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옌 작가는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데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며 “전세계 독자들이 아직 읽어본 적이 없는 작품을 쓴다는 야심찬 목표 외에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상 중인 작품에 대해서는 최근 중국 고대 단편 소설을 모은 ‘요재지이’를 장편으로 다시 쓰는 작업을 완료했고 영국·프랑스 희곡을 다시 읽으면서 소설이 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수상 소감으로는 “작가로서 영예를 뒤쫓기 위해서가 아닌, 문학 그 자체를 위한 순수한 글쓰기를 하고자 한다”며 “이호철 작가가 보여준 문학적 정신처럼 부조리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인류의 보편적 사랑이며 이상적인 문학을 지키도록 노력하는 만년의 삶을 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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